채권단 일각 "자구안 미흡···자산 더 팔아야"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긴급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빨라야 다음달 초 확정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및 두산그룹 전반에 대해 실사를 벌이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가 빠르면 다음달 초, 더 늦어질 경우 다음달 중순 이후로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주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과 더불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내용을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즉, 삼일 회계법인의 실사가 완료되야 경영정상화 방안도 내놓을 수 있다. 회사채 등 두산중공업의 1조5000억원 규모 채무 만기가 2분기 도래하면서 두산 및 채권단 측이 적절한 시기에 유동성 대응에 나설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9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 실사는 빠르면 5월 초 늦으면 5월 중순에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그룹이 이달 13일 제출한 자구안에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방안 및 두산솔루스 매각이 포함됐다. 그러나 두산솔루스에 대한 가치 평가에 있어 두산그룹과 채권단간 상당한 괴리감이 감지된다.
두산은 경영권을 포함한 두산솔루스 지분 51%의 매각가를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두산솔루스의 발행주식 총 가치인 '시가 총액'은 17일 종가 기준 9590억에 그친다. 지분 51%를 적용해 단순 계산할 경우, 매각가는 5천억원 수준이다. 두산측이 희망하는 매각가 1조원대와는 차이가 크다. 결국 나머지 5천억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되는 셈이다.
당초 두산측은 국내 한 사모펀드(PEF)와 두산솔루스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지만 양측이 제시하는 가격에 있어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두산측은 두산솔루스에 대한 기존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삼성·LG·SK 등 국내 대기업들에게 매각 관련 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하며 부분 공개입찰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일각에서도 두산솔루스와 비슷한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계 글로벌 1위 기업 KCFT가 지난해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두산측의 매각 희망가가 다소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두산과 원매자 간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유동성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두산솔루스 이외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매각을 병행해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산솔루스 매각가가 두산측 계획인 1조원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채권단측은 추가 자산 매각에 대한 요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두산이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네오플럭스 등은 물론 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까지도 매각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요구 가능성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으로 떠오르게 될 경우, 이는 결국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를 개편하는 요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두산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까지 매각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경우 차라리 두산중공업 포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면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도출 및 이를 토대로 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은 내달 중순이 되야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늦어질 경우 두산의 유동성 대응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당장 2분기 도래하는 회사채(1조1천700억), 기업어음(375억원), 전자단기사채(4천586억원)의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한편 시중은행의 두산중공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우리은행이 2270억원, SC제일은행 1700억원, 농협은행 1200억원 등이다. 아직까지 이들 은행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거나 채권을 채권단에 넘기는 방식으로 채권단에서 빠지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돈다. 시중은행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할 경우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은 두산 정상화가 아닌 대출 상환에 쓰이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