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정부가 올해 초 지정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이 지난 2018년 낸 법인세 총액은 2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정부가 걷은 법인세수의 약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인세 총액은 지난 2016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기업의 실적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됐다.
29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331곳의 2018년 법인세 총액은 2조228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해년도 국내 총 법인세수(70조9000억원)의 2.9%를 차지했다.
법인세를 낸 기관 가운데 62곳(18.73%)의 세액은 1억미만이었고 1억이상 10억미만은 36곳, 10억이상 100억미만 29곳, 100억이상 1000억미만 18곳, 1000억이상 5곳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낸 곳은 중소기업은행(4044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3695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3569억원), 한국산업은행(2020억원), 한국수력원자력(1888억원) 5곳이다.
기관 유형별로는 시장형 공기업이 낸 법인세가 7476억원으로 법인세 총액에 33.55%에 달했고, 준시장형 공기업은 6270억원(28.13%), 준정부기관(위탁형 및 기금관리형)은 1574억원(7.06%), 기타 공공기관은 6966억원(31.26%)의 법인세를 냈다.
반면 법인세를 내지 않은 곳은 178개 기관으로 전체 기관의 53.78%에 달했다. 공기업(시장형 및 준시장형)에서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서부·중부발전, 해양환경공단, 한국석유공사 등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준정부기관(위탁 및 기금관리)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 도로교통공단,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었고, 기타공공기관에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 예술의 전당, 에너지경제연구원, 식품안전정보원 등이었다.
법인세 규모는 최근 5년간(2014~2018년까지) 총 세수 16조8547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으로는 3조3709억원이였다. 연도별로는 2014년 2조3978억원, 2015년 4조631억원, 2016년 4조3392억원, 2017년 3조8258억원, 2018년 2조228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법인세 납부액 규모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내리막길이다.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한국전력을 포함 발전사들이 탈원전 정책으로 줄줄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법인세를 아예 내지 못하거나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공기업만 놓고 보면 지난 2016년까지만해도 법인세 납부액 상위 10위권에 7곳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자회사들이 차지했다. 당시 한국전력은 9052억원의 법인세를 내 공기업은 물론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법인세를 냈었다.
하지만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에너지 공기업들은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전력구입 비중을 높였고 이는 실적 악화로 직격탄을 맞아 적자에 빠지면서 법인세도 내지 못할 형편에 처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법인세 납부 규모도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탈원전 시행 전인 2016년 한국전력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의 법인세 납부액은 2016년 2조1332억원에서 2017년 8341억원으로 1조2991억원(60.9%)줄었고, 2018년 2088억원으로 6253억원(74.97%) 급감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공공기관 법인세 납부액은 2016년 2조2060억원에서 2017년 2조9918억원으로 7858억원(35.62%) 늘었다가 2018년 2조198억원으로 9720억원(32.49%) 감소했다.
한국전력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가 공공기관 전체 법인세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49.16%, 2017년 21.80%, 2018년 9.37%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