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P2P금융업체들이 잇따라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P2P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P2P업체들의 IPO 추진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IPO 추진을 공식화한 P2P업체는 투게더앱스(투게더펀딩), 데일리펀딩, 나인티데이즈 등이다. 에잇퍼센트도 재무적 수단 중 하나로 IPO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부동산담보 전문 P2P업체인 투게더앱스가 가장 먼저 IPO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투게더앱스는 지난 3월 올해 IPO를 목표로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업모델특례 또는 테슬라 요건(적자기업 상장특례)을 통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일리펀딩도 최근 회계 전문가 정용 공동대표를 영입하고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현재 IPO를 위한 특허·기술개발 및 재무구조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는 P2P업체들이 IPO를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더 공격적인 투자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P2P업체들은 오는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제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 투자자 유입 등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터라 IPO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투게더펀딩은 지난해 매출액 296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5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데일리펀딩도 지난해 매출액 120억원, 당기순이익 10억5000만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데 있다.
우선, 코로나19 여파로 업권 전반이 침체되면서 이에 투자하는 P2P업체들의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 투자원금 손실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에서 P2P투자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P2P업계가 급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다른 금융업권 대비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일부 손실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컸던 것이다. 업권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투자심리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가 바닥을 친 것도 P2P업체들의 IPO 추진을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430선까지 무너졌던 코스닥지수는 현재 바이오·제약 업종을 중심으로 상당 회복한 모습이지만 그 외 업종들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환경이 악화된 P2P업계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IPO를 해봐야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제값'을 받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아서 기업 몸값이 떨어지게 되면 해당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자금조달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보통 공모를 하려다 주저하는 경우들이 생긴다"며 "최근에는 3~4월에 비해 증시도 많이 회복됐고 바이오·제약쪽을 중심으로 IPO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당연히 현재 몸담고 있는 산업 상황이 안 좋을 때 무리해 IPO를 하려는 기업은 없다"고 귀띔했다.
P2P업체 관계자도 "지금 환경이 코로나 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계속 올라가고 있고 P2P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이 좀 안정돼야 IPO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