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은 미래에셋그룹이 과징금 조치를 받았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검찰 고발은 피한 셈이다.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진 미래에셋대우는 향후 발행어음 등 신사업 행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 특수관계인이 지분 91.86%(박현주 48.63%, 배우자·자녀 34.81%, 기타 친족 8.43%)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공정위 "'박회장 개입' 결정적 증거 없다"···檢 고발 안 해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11개 계열사들이 부동산펀드를 조성, 포시즌스서울호텔,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CC) 등의 임대관리 수익을 미래에셋컨설팅에 몰아줬다는 결론을 내렸다. 총수 일가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게 골자다.
계열사들이 포시즌스호텔과 거래한 규모는 개장 시점(2015년10월1일)부터 2017년까지 133억원, 블루마운틴CC 임차 기간(2015년1월1일~2017년7월31일) 동안 거래 규모는 297억원이다. 양자를 합한 거래금액은 430억원에 달한다. 해당기간 전체 매출액(1819억원) 중 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열사들은 포시즌스서울호텔과 블루마운틴CC에서 임직원 법인카드 사용, 행사·연수 및 광고 실시, 명절선물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했다고 공정위 측은 지적했다.
이에 미래에셋컨설팅의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은 골프장 사업 안정화와 호텔 사업 성장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 결론이다.
다만 공정위는 박 회장을 고발조치까지 하지 않았다. 박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맡기는 과정에서 그의 구체적 개입 소지 등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고발하는데 이 사건에서 박 회장은 '지시'가 아닌 '관여'를 해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사업 초기 박 회장이 블루마운틴CC의 영업 방향이나 수입 상황, 블루마운틴CC나 포시즌스호텔의 장점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직접 (계열사들에) 사용을 지시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런 언급도 사업 초기에만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주주 적격성' 해소···발행어음 등 신사업 행보 '파란불'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인 시정명령·과징금 처분만 받으면서 미래에셋대우는 2년 반 동안 추진 중이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등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지정됐지만, 공정위 조사로 발행어음 인가 심가가 2년여 표류돼 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가를 신청한 기업의 대주주가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면 금융당국의 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미래에셋에 대한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결격 사유가 사라진 만큼 다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미래에셋 측에 관련 서류를 요청하는 등 빠른 시일 내 재심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가를) 신청한 지 2년이 경과한 만큼, 관련 증빙이나 사실조회 등 절차를 다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여러 제반사항들을 고려한 뒤 향후 신사업 등 행보를 차분히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이미 계열사 간 거래와 관련된 컴플라이언스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며"공정위에서 결론에 따라 심사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에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가지 악재에 직면한 미래에셋이 이번 공정위 제재까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다면 사면초가에 몰릴 뻔했지만, 한시름 놓게 됐다"며 "당국은 심사를 순차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래에셋이 2년 반 만에 발행어음 인가를 따낼지 관심이 모인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