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쉽지만 원칙따라 향후 수사 만전"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은 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며 크게 안도하고 있다. 총수 공백으로 빚게될 경영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 추후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정상에 가까운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의 활발한 공격경영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준법경영'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삼성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특별검사팀이 1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된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1년여를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삼성으로서는 당시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지난 2일 기소 여부와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결과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절차를 통해 불기소될 경우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 사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더라도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까지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결정한다고 해도, 검찰이 반드시 이 권고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걸려 있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함께 또 하나의 사법 리스크를 피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당장 큰 산은 넘어섰지만 법정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삼성 입장에서 실형이 선고되거나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2시께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이같은 입장을 냈다. 검찰은 그러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분식회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따져보는 보강수사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상태여서 검찰의 수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