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비롯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 등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ELB 발행 금액은 원화와 외화를 합쳐 총 6조40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조1014억원) 대비 2조3034억원(56.16%)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3월과 4월 ELB 발행금액은 9417억원, 2조10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28%, 48% 가량 급증했다.
ELB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ELB는 만기 시 원금과 약속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수나 기초자산과 연계된 종목 등의 움직임에 따라 이자가 달라진다.
ELB는 금액의 90% 이상을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별도 계약을 통해 원금 손실 위험을 전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수가 손실 구간에 접어들더라도 이자를 지급받지 못할 뿐 원금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약속하는 수익률 자체가 약 2~3% 정도로 ELS 등에 비해 낮고, 수익을 얻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최근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 사태 등으로 인해 파생상품에 대해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안정적 투자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발행사인 증권사들도 원금이 보장되는 ELB상품 출시에 나섰다.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증권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각각 3개월(95일), 1년 만기의 ELB상품을 출시했다. 키움증권은 하나은행과 협업해 코스피200과 유로스탁50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3년 만기 상품을 내놓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파생상품이나 사모펀드에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서 원금을 보장받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또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상품을 찾지 못한 것도 EL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발생되면서 증권사에서도 해당 상품들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LB가 원금보장형이긴 하지만, 금융투자상품인 만큼 예금자 보호를 못받는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 상환 시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이에 따른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낮은 가능성으로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ELB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