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이하 비우량채 잇단 미매각 '소외'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중장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예측에서 등급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AA'급 기업에는 목표액의 3배를 웃도는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A'급에서는 잇달아 미매각이 발생하며 차별화 양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업체 예스코는 3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목표액의 3배가 넘는 34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신용등급(AA)에 더해 독보적 시장 지위와 안정적 수익구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한 점이 투자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다른 AA급 회사채 수요예측도 흥행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4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당초 목표금액의 3배를 상회하는 51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7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2년물에 3300억원이, 8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1800억원이 몰렸다.
KB증권은 'AA+' 등급의 우량한 신용등급에 더해 업계에서 돋보이는 경쟁력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투자 수요가 발행액을 크게 넘어서자 최대 3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포스코케미칼(AA-)도 같은 날 회사채시장에서 550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당초 목표 규모인 1500억원을 크게 웃돈다. 3년물과 5년 물에서 각각 1100억원 40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3100억원, 24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발행한도도 21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반면 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냉랭한 모습이다. GS건설(A)은 지난 4일 3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매수 주문은 310억원에 그쳐, 총 69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앞서 한화건설(A-)과 현대건설기계(A-)에 이은 세 번째 A급 미매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건설업황이 어려워진 영향이 컸다. 지난달 말 수요예측에 나선 한화건설은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현대건설기계는 15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고작 5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2년물에 2.1%~3%, 3년물에 2.3~3.2%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소외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AA등급 이상의 우량채에만 집중되다 보니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부진한 모습"이라며 "디테일하게는 크레딧 분석상으로 핸디캡이 있거나, 업황 우려가 나오는 기업들은 기관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아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회사채 시장 지원 정책으로 발행시장 위주로 회사채 수요가 살아나는 듯 했지만, 5월 중순 이후 수요예측에서 일부 종목들에서 미매각이 나타나면서 회사채 수요가 다시 둔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면 AA등급과 A등급별 또는 종목별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5월 중순 이후 쏟아지는 회사채 발행 물량에 투자자들이 선별적 투자를 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양극화를 보였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