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발 시카고행 여객기에 첫 장착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화물사업을 본격 활성화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0시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을 통해 처음으로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한다.
카고시트백은 기내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 포장된 별도의 가방을 말한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최근 여객기 B777-300 1대에 최대 67개의 카고시트백을 싣는다는 가정 하에 여객기 2대 분량의 카고시트백을 마련했다. 카고시트백은 1개당 225㎏가량의 화물을 담을 수 있다. 카고시트백 내에는 주로 생활용품이나 신선식품 등이 실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각 항공사들은 늘어나는 화물을 나르기 위해 여객기 객실 내 천장 수화물칸(오버헤드빈)을 수차례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유휴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기에 카고시트백이 장착된 여객기는 승객 없이 운항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그간 화재 등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기 화물칸과 기내 오버헤드빈 외에는 화물을 실을 수 없도록 규정했으나 화물 수요가 급증하며 항공사의 요청이 잇따르자 좌석의 고정 장치와 특별 포장 등을 조건으로 기내 화물 운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가 주관하는 에어포탈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단 13만7924명으로, 지난해 동월(579만2754명)과 견줬을 때 97.6% 급감했다. 반면 화물 수송 실적은 22만3427톤(t)으로 같은 기간(30만8235t) 비교 시 27.5% 감소로 코로나19 직격탄에 비해 나름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전체 화물 수송의 25%를 차지하는 미주노선은 13.4% 증가했다. 대한항공 역시 지난 4월 국제선 화물 수송량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 증가했으며 5월에도 9% 증가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방역, 의료장비, 비대면(언택트) 소비 관련 물량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기 중이던 일반 화물 비중이 늘어난 상태다. 특히 이달부터는 미주 지역에서 체리 등 신선 화물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5월 아시아발 미주, 유럽 화물 운임은 각각 1t에 7.8달러, 5.9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0%, 129.2% 상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화물 운임은 과거 항공화물 호황기였던 2010년과 2017년도의 고점보다도 40∼70% 높은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운임 강세는 하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업이익도 1000억원대의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