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본입찰도 유찰 가능성 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경영난에 처한 대한항공이 자구안 중 하나로 내놓은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으로 인해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오후 5시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는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5곳의 일부 기업이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매각 입찰 의향서(LOI) 제출 기간에는 어떤 매수자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공개 경쟁 입찰 방식의 특성상 예비 입찰 때 LOI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본입찰에 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부지 보상비를 4671억원에 책정해 공고, 수의계약을 주장하는 등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상 본입찰에도 나서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대한항공 이전 소유주였던 삼성생명도 미술관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시행 전문 기업 등의 시각에선 매력적인 땅"이라며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찜했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니 누가 선뜻 손들겠나"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데 이어 이달 초,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년 간(2022년 까지) 분할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대한항공은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자구 노력 중 핵심안으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땅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서 대한항공의 자구안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당장 매각 일정도 지연될 분위기다.
우선 대한항공은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18일)에 맞춰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강행에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의 발표로 송현동 매각이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자 기내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2만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서울시는 자유경제시장 논리에 따른 정당한 경쟁 입찰로 합리적인 가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결정을 규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