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없이도 운영 가능 판단"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우리은행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것을 두고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우리은행의 주식 4000만주를 주당 2만5000원씩 총 1조원에 취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됐을 때의 손실 흡수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에는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14.8%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내 시중은행은 11.5%만 넘으면 된다. 바젤Ⅲ가 일부 조기 적용되면 기업금융에 대한 리스크가 낮아져 BIS비율은 더 높아진다.
오히려 우리금융지주가 3월말 기준 BIS비율이 11.79%로 국내 은행 지주 중에서는 가장 낮다.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언제든 M&A에 뛰어들 수 있도록 현금을 준비해두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1조원이라는 거액을 빼내 자회사 유상증자에 쏟아부은 건 이제 우리은행의 도움 없이도 지주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1월 출범한 뒤 운영자금 확보 차원으로 우리은행에서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통해 주당 1000원씩 총 1조3520억원을 배당 받았다. 이는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1조7908억원의 75.49%다. 우리은행이 번 돈의 대부분이 우리금융지주로 넘어갔다.
이걸로도 모자라 우리금융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을 지난 한 해동안 5번에 걸쳐 1조9500억원어치 발행했다. M&A 등 갑자기 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을 최대한 쟁여놓은 것이다.
출범 2년차인 올해 들어서면서부터는 자금운영에 안정을 찾으면서 후순위채 발행도 이날까지 2회 7000억원 수준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코로나19사태 등으로 인해 다소 지연됐던 내부등급법 적용이 올해 중 일부 승인될 것으로 예상돼 지주의 건전성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표준등급법이 적용돼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BIS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은행 유상증자는 지주가 지난해 빌렸던 돈을 1년만에 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정상 궤도에 올라 언제든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생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내부등급법 전환 등 자산 건전성이 좋아질 일만 남은만만큼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