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이 핵심 자구안 송현동 부지를 놓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원화 반대 의견을 내면서 대한항공 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삼청동 등 인근 지역 주민 400여 명은 지난 17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안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4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한 것에 대한 의견서를 14일 이내 제출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들은 의견서를 통해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의 효율화와 그 지역의 시장 경제 생산성 제고에 도움을 줘 후손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며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라는 방법으로 사유지를 공원으로 수용해 공시지가에 보상 배율을 적용해 보상하는 절차는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현동 부지 반경 1∼2㎞ 이내에 삼청공원, 사직공원, 낙산공원 등이 있어 공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고 서울시가 공원 지정을 한 이후 개발하지 않고 방치된 토지가 이미 수십만㎢라는 점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송현동 부지는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부지로 지켜져야 한다"며 "지하 주차장 시설과 16m 고도를 이용한 국가 정상회의장, 국제전시장을 건설하고 여타 공간에는 송현 숲을 조성하는 것이 후손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삼청구역 주민대표인 신동은 북촌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민관협의체 위원은 "서울시가 송현동을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 절차 진행을 중단해 북촌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땅 주인인 대한항공도 서울시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실시할 만큼 극심한 경영난에 처해있는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수혈을 받는 대신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
특히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핵심 자구안으로 송현동 부지를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내년부터 2년간(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며 공원화 추진을 위한 강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의 으름장의 여파로 지난 10일 마감한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는 아무도 손 들지 않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송현동 문화공원 추진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며 고충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6일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계획 취소 의견서를 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언급한 부지 보상가액 4671억원은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 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있어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고토지보상법상 일괄보상이 원칙이므로 서울시의 분할 지급 계획은 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매각 방해 시도의 위법성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출된 의견은 검토하고 정리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이 담긴 북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이르면 내달께 도건위에 상정해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