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소비자심리가 2개월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한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영향이다. 다만 기준치(100)는 밑돌아 아직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집값 상승 전망은 2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 부동산 대책)'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1.8로 전월대비 4.2p 상승했다. CCSI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곤두박질 치다 지난달 상승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권처윤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크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기 및 가계 재정상황 관련 지수가 개선된 것이 이달 CCSI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CCSI를 구성하는 6개 항목 모두가 상승했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에 비해 2p 오른 87을 기록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5p 뛴 84로 집계됐다. 가계수입전망 CSI는 1p 상승한 88, 소비지출전망 CSI는 2p 오른 93을 각각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담은 현재경기판단 CSI는 8p 급등한 44였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3p 오른 70을 나타냈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2003~2018년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잡고 산출된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달 CCSI가 두달째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100보다 작은 만큼 코로나19로 경기와 가계의 지갑 사정을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CCSI는 코로나19의 전개상황 및 관련 정책대응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전망 CSI는 지난달보다 16p 오른 112로 올해 3월(112) 수준을 되찾았다. 상승폭은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고강도 규제안을 시행한 2018년 9월(19p)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은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 전환, 수도권 및 여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국 아파트매매가격 오름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봤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후 집값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것이다. 100보다 크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정부의 규제 발표는 통상 집값 전망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달 CCSI 조사가 지난 10~17일까지 이뤄진 만큼, 6.17 부동산 대책 효과는 이번 조사에서는 반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1년 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6%로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얼마나 오른 것 같은지를 나타내는 물가인식도 1.7%로 전월과 같았다. 통계 편제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