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영업구역 규제 완화' 목소리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과거 부실 사태 이후 규제 일변도였던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국은 지점 설치 규제 완화에 이어 저축은행 간 막혀 있는 인수·합병(M&A)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대체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갈증을 호소한다.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는 것에 발맞춰 영업권 규제 장벽을 허무는 방안도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지점설치 규제를 기존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점 설치 규제가 없는 은행 등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신고제로 바뀌면 저축은행은 앞으로 당국 인가 없이도 신규 지점을 낼 수 있게 된다.
개별 차주에 대한 저축은행의 신용 공여 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세부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이 높은 업체의 신용공여한도를 높여주자는 게 골자다. 현재 저축은행 신용 공여 한도는 자기자본 20% 한도 내에서 개인 8억원, 개인 사업자 50억원, 법인 1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아울러 당국은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제한에 기반해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고, 같은 업권에 있는 저축은행이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M&A 규제가 옅어진다면 저축은행의 대형화가 가능해진다. 이같은 육성책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9년 만이다.
업계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만 해도 기대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로 돌아선 것만으로도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업계가 건의했던 부분이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업권 규제가 완화된다면 저축은행의 업역 확대와 상품 다양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기 효과'(경쟁자 투입으로 시장 활동성이 커진다는 이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다.
다만 일각에선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여전히 목마르다는 입장도 있다. 일정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한다는 규제장벽이 갈증의 원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신협의 대출 영업 범위를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10개 광역으로 넓히는 내용의 신협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올해 말께 신협은 전체 대출잔액의 3분의 1까지 10개 광역 밖에서 빌려줄 수 있게 된다.
반면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청·세종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부산·울산·경남 등 6개로 묶여 있다. 이 영업구역 내에서는 의무대출 비중이 적용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최소 50%, 그 외 지역은 최소 40% 이상이다. 해당 규제는 업권 내에서도 격차를 벌린다는 지적이 크다. 복수의 영업구역이 있는 저축은행과 달리 중소형 업체는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규제만 가해진 탓에 저축은행의 성장엔 한계가 명확했다"면서 "M&A 규제 완화도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고,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업구역을 정해두는 것은 은행 간 양극화를 부추기는 부분이다. 최근 업계 흐름에 맞춰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