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놓고 정부-서울시 갈등 '재점화'
그린벨트 해제 놓고 정부-서울시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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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그린벨트 해제 포함 주택공급 방안 검토
시 "서울 마지막 보루, 훼손시 복원 불가" 반발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 안정 효과? '의견분분'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가 폭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미래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물러서설 뜻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신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시유지 및 국·공유지 개발 등을 주요 주택공급 확대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청와대는 주택 공급 방안의 하나로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을 조정하되, 지역 주민의 반발을 완화할 방법이 없으면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주택공급확대TF는 지난 15일 수도권 주택 공급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유관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실무기획단을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서울시는 후손에게 물려줄 서울의 마지막 보루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그린벨트는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신 서울시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규제로 묶여 있던 은마아파트 등 낡은 아파트들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시유지 및 국·공유지 개발 등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가 이젠 검토 가능한 과제라고 공식화한 만큼 해제를 위한 물밑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면적이 30만㎡ 이상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다. 그 이하는 원칙적으론 서울시장이 안건을 상정해야 해제가 가능하지만 '공공주택특별법'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건설을 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입안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주택 정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직권 해제 카드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에도 국토부가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을 추진하면서 선호도가 높고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 내 대규모 택지를 마련하고자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했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도심에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내놓으며 갈등은 일단락된 바 있다.

고(故) 박원순 시장이 실종된 날인 지난 9일에도 주택 관련 고위 간부들은 '그린벨트 관련 논의를 포함한 대책을 갖고 오라'는 정부의 주문에 대책을 검토하면서도 그린벨트 해제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집값 안정화에 대해 의견은 분분하다. 시장에 공급 신호를 지속해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는 의견과 현행 재건축 규제 완화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집값 상승 근원지가 서울이고 서울에서 수도권·지방으로 집값 상승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며 "가장 가능성 있는 공급 방안이 그린벨트 해제이고,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시 내 가용 토지가 별로 없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접근성도 좋아 공급 확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그린벨트를 풀면 토지수용을 하기 때문에 보상비가 풀리고, 이 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다"며 "자칫하면 강남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그린벨트는) 우리 후세대가 두고두고 살아가야할 자연환경이고, 그린벨트 해제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역세권 등 시내 교통요지부터 용적률 상향조정하고 고밀개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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