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추락에도 실적 발표를 앞둔 핵심 기술주 강세로 혼조 마감했다.
30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5.92p(0.85%) 하락한 2만6313.6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2.22p(0.38%) 내린 3246.22에 장을 마쳤지만, 나스닥 지수는 44.87p(0.43%) 상승한 1만587.81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미국 성장률 등 주요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 미 부양책 관련 논의 등을 주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경제를 사상 최악의 침체로 몰아넣었음이 확인됐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계절 조정치)가 연율 마이너스(-) 32.9%라고 발표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악의 낙폭이다.
소비와 투자, 수출과 수입 등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추락을 면치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4.7% 감소보다는 다소 양호했지만, 기록적인 경제 후퇴가 확인된 점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143만4000명(계절 조정치)으로이전 주보다 1만2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 145만 명보다 소폭 적었지만, 두 주 연속 증가했다. 지난 18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수도 86만7000명 증가한 1701만8000명을 기록했다.
고용 회복의 정체는 미국 경제가 3분기부터 성장세로 복귀하겠지만, 회복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할 것이란 불안을 자극하는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독일의 2분기 GDP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악인 전분기 대비 10.1%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경제 지표들이 쏟아졌다.
미국의 정치 관련 돌발 변수도 장 초반 시장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침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편 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 연기 문제를 전격 거론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대선 연기는 없다고 즉각 못박았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독단으로 선거를 연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 시 불복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등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미국 신규 부양책 협상도 난항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전일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백악관에서는 실업급여지원 등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이 나왔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실업 급여를 주당 200달러 추가 지원하는 법안을 별도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당의 3조 달러 규모 자체 부양책 통과 시도도 저지됐다.
이런 요인들로 다우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550p 가까이 하락하는 등 불안했다.
하지만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를 앞둔 핵심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주요 지수도 차츰 반등했다. 나스닥은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이 일제히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이 이날 1% 이상 올랐고,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이날 0.5% 내외 상승세를 기록했다. 프록터앤드갬블(P&G)과 UPS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올랐다. UPS는 14% 이상 급등했고, P&G 주가는 2.4%가량 올랐다.
한편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주가는 마감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4.1% 급락했고, 금융주도 1.84% 하락했다. 반면 기술주는 0.53%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심각한 경제 후퇴가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나간 데이터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74% 상승한 24.7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