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요즘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회자되는 게임이 있다. 바로 넥슨의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다.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생겨나고 종료되는 시장에서 서비스가 종료된 지 반년이 넘은 이 게임은 아직도 그 생명력을 가진 듯하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IP(지적재산권) 조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조합으로 나오는 신작들의 타율도 높은 편이다. 이에 많은 게임사들은 하반기에도 이 조합의 신작들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조합이 오래갈 수록 국내 게임 업계에 '다양성'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순위만 봐도 과거 PC온라인게임 시대의 차트와 판박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10~20년 전의 컴퓨터에서 디바이스만 모바일로 옮겨갔지 발전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게임 개발사들은 뻔한 양산형 게임만 만든다'는 댓글이 게임 기사에 자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국산 게임들이 더욱 참신한 경우도 많아졌다.
게임의 유행은 돌고 돈다. 흥행하는 조합이 생기면 거기에 파생하는 양산형 게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저들이 피로도를 느끼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 순간 변화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도태되는 것이다.
생태계는 새로운 시도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눈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투자가 보이지 않는다.
듀랑고는 개발기간 5.5년에 개발비가 200억원 이상 투입된 신규 IP 게임이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게임 최초로 예능 등으로 IP 확장도 노리는 등 게임사에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물론 이 게임은 흥행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2의, 제3의 듀랑고가 지속적으로 나와 새로운 장르의 문을 두드려줘야 길이 열린다.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모험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된다. 제2의 듀랑고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