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단위 매매를 허용키로 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LG생활건강 등 1주당 가격이 높은 주식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용이해지면서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외주식 뿐 아니라 국내 주식도 소수단위 매매를 가능하게 하도록 규제 정비 방안을 오는 4분기 내에 마련키로 했다. 금융위는 제도화를 위한 업계 의견수렴 및 컨설팅을 거쳐 사업모델을 검토해 규제 정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전일 발표한 '샌드박스 연계 금융규제 개선방안'에 국내 주식의 소수단위 매매가 가능하도록 규제 정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간 국내주식은 해외주식과 달리 소수단위 매매가 불가능했다. 한국거래소 업무 규정상 '국내주식은 한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도 주식 예탁시 고객 주식과 증권사 주식을 구분하도록 했다. 1주 단위로 거래해야 한다는 관행에 따라 어떤 주식이든 1주 이상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예탁자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소수단위 매매가 가능해지면,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상회하는 '황제주'도 소액 투자가 가능해 진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수점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주가가 높은 우량주에 더욱 많은 개인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 동기가 큰 상황에서 제도적 지원까지 뒷받침될 경우 개인 수급이 시장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개인투자자는 원하는 금액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 분산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이어갈 접근성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올해중으로 해외주식과 마찬가지로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소수점 거래를 위한 정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등의 규정을 직접 변경하는 방식이나 매매는 증권사가 하더라도 증권사가 고객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국내주식 소수단위 매매 허용에 대비해 서비스 도입 검토에 들어갔다. 기존 해외주식 소수단위 매매를 지원 중인 증권사 등이 관련 서비스를 위한 전산 작업을 검토중이다.
증권사간 고객 잡기 경쟁은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8년 미국 주식에 대해 소수점 이하 두자리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1000원 단위의 소액으로 미국의 대형 우량주 260여 종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인 ‘미니스탁‘을 출시하는 등 서비스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역시 소수점 이하 단위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국내 주식의 경우 이같은 소수점 거래 허용 이후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 이후 개인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소수점 거래가 허용되면 투자장려금이나 상품권 등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식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