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7월 단기자금 증가율이 18년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자금 단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올해 상반기(1~6월) 중 늘어난 유동성 중 80%가 수시입출식예금이나 요구불예금 같은 단기상품에 몰렸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실물경제로 돌지 않고 현금화하기 쉬운 단기성 금융자산으로만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협의통화인 M1(원계열·평잔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월의 21.3%보다 상승한 가운데 2002년 6월(26.4%)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현금 등 단기자금으로 구성되는 M1의 증가율 상승은 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심화된 것을 의미한다.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인 M2(원계열·평잔 기준)의 7월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월(10.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2 증가율은 2017년 9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부터 8%대 증가율을 보이다 4월(9.1%)부터 6월(9.9%)까지 9%대 증가율을 보였고 7월 10%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통화 증가량의 단기 변화를 드러내는 전월 대비 M2 증가율(계절조정·평잔 기준)은 0.5%(15조7000억원) 증가했다. M2에는 M1을 비롯해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금융채,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 상품이 들어간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부문 중심의 신용공급이 지속되면서 M2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통화량은 한달새 11조5000억원이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11조5000억원)도 마찬가지. 기타금융기관은 1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대로 기타부문은 8조8000억원 감소했다. 기타부문의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집행 등으로 요구불예금 및 2년미만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줄었다고 한은은 부연했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13조7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또 요구불예금(3조2000억원) 등 결제성 예금은 늘었으나 2년미만 정기예적금(-8조5000억원)은 감소했다. M2 안에서도 보다 현금성이 높은 형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이자수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정기예적금을 깨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기성자금으로 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제주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실물투자가 아닌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전날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내고 올 상반기에 늘어난 M2(164조9000억원) 가운데 수시입출식예금(72조6000억원)과 요구불예금(49조1000억원) 같은 M1이 80.7%(약 133조원)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시중 유동성이 단기화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