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 속에 서울 아파트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관망세에 접어들었지만, 매도자·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간간히 계약이 이뤄지는 가운데 주요 단지들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상승하며 한 달째 보합(0%) 수준의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시장은 새로운 부동산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되레 집값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더욱 늦기 전으로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패닉 바잉'이 악순환으로 이어졌지만, 규제 정책의 작은 틈새까지 모두 막히면서 시장은 관망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4774건의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는 전년 8월(6608건)과 비교해 27.8% 줄어든 모습이며 5년 평균치(8497건)와 비교해도 56.2% 수준에 그친다. 특히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7월 1만656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한 달 새 55.2%가 급락했다. 이달 역시 한 달여 신고기한이 남았지만 현재 940건을 기록하며 1000건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관망세 속에서도 매도자·매수자 간 가격 간극에는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8.4 부동산 대책 등 공급대책과 부동산세금 3법 등의 영향으로 수요와 공급은 모두 줄어들었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강화된 세금 적용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수요자들은 각종 공급대책 발표에 따른 대기 수요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거래가 단절된 상황에서 향후 집값 추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시장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는 지난 7월 35억7000만원(12층)에서 이달 35억9000만원(11층)에 거래돼 두 달 만에 신고가를 갱신했다. 장지동 '위례2차아이파크' 전용 108.14㎡도 지난 6월 15억2000만원(8층)에서 지난달 17억원(13층)으로 1억8000만원이 뛰었다.
반포동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낀 매물보다 가격을 더욱 높게 받을 수 있다"라며 "또한 매물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보니 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없다. 세금이 중과되기 전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천천히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부 단지에서는 낮은 호가의 급매물이 출현하며 가격이 떨어진 단지도 있다. 하왕십리동 '센트라스1·2차' 전용 84.99㎡는 지난 7월 15억6500만원(20층)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갱신했지만, 지난달 14억8500만원(8층)에 거래되면서 한 달새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거둬들여진 매물은 증여·반전세 등의 매물로 전환되기도 하면서 공급에 더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전체 거래 건수(1만2277건) 가운데 증여 건수는 2768건으로 비중이 22.5%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대치다. 또한 아실에 따르면 온라인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은 월세 매물이 9065건을 기록하며 전세 매물보다도 277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격대를 고려하면 대중적으로 사고 파는 물건들이 아닌, 고가의 가격으로 이를 전체 시장의 상승세라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법인을 통해 주택을 보유하거나 다주택자인 분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측면에서 추석 뒤에 수요자들이 붙으면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눈치싸움 끝에 공급자들이 낮은 호가의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급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약보합 수준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