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내 양대항공사가 향후 개발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비해 전 세계로 신속히 운송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화물영업·특수 화물 운송 전문가들로 '코로나 백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들은 화물사업본부 내 백신수송 업무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급증할 항공 운송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0억회분의 접종량이 필요하며 백신 품질유지·긴급성으로 인해 백신 개발 후 항공 운송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에 필요한 백신 수송을 위해서는 8000여 대의 보잉747 화물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스크포스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 △백신 종류에 따른 보관 온도 확인과 운송 시 필요한 장비·시설 분석·확보 △백신 출발·도착·경유 지점의 필요 시설 점검과 전용 공간 확대 △비정상 상황 대비 안전·보안 절차 재정비와 모니터링 강화 △직원 교육 등 백신의 수송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백신은 2℃에서 8℃ 사이의 온도에서 운송·보관 돼야 하며, 종류에 따라서는 -70℃ 이하의 온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항공사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자사 화물터미널에 약 100톤의 온도조절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1292㎡규모의 냉장·냉동 시절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백신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내년 중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신선화물 보관시설(Cool Cargo Center)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백신 개발시기를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보건당국이 백신개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리 장비운송 작업이나 시설 등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전담 태스크포스가 의약품을 수송할 수 있는 온도조절 특수컨테이너는 물론 각 해외공항 화물지점 현황 등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국내외 전 화물지점에 백신 운송 접수 절차 등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취항 공항 중 백신 특수 창고가 있는 공항 현황을 파악하고, 특수 창고가 없는 공항에서 백신 운송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파악된 특수 창고는 20여 개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IATA로부터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인 'CEIV Pharma'(Center of Excellence for Independent Validators Pharma)'를 취득한 바 있다. 이는 의약품 항공 화물 운송업체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 인증으로 세계적인 운송 전문가들이 의약품 운송 절차, 보관 시설, 장비·규정 등 280여 개 항목을 까다롭게 평가해 인증서를 발급한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가 선제적으로 백신 운송을 준비하는 것은 사태의 긴급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이 항공편으로 수송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적 항공사의 백신 운송 능력이 국가 백신 공급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ATA는 지난달 초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백신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 항공화물 업계의 사명이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물류 전반에 거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34개 이사국 대표가 참석한 '코로나19 관련 WHO 이사국 특별회의' 폐회 발언에서 "이르면 올해 말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개 안팎의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략 이르면 올해 말께 효능을 가진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