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검찰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항공기 장비·기내 면세품 중개수수료 편취 사건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 대표 원모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씨 등 3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원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등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검찰은 "원씨는 이 사건에서 여러 범행의 실무를 총괄했다"며 "피고인의 지위와 발생한 피해 규모,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해 구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씨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사항들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고 조 전 회장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일가 소유 면세품 중개업체인 트리온 무역 등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보고 2018년 10월, 가담한 원씨와 함께 사기·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원씨는 고 조 전 회장과 공모해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중개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더해 원씨는 조 전 회장 자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보유하던 정석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자사에 41억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단, 조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숙환으로 사망해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검찰은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고 조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약사 류모씨와 이모씨 등 2명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약국 운영을 14년이나 지속했다"며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고 조 전 회장과 공모해 인하대병원 인근에 차명으로 '사무장 약국'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고 조 전 회장이 원씨를 통해 약사 자격을 가진 이씨와 접촉해 약국을 개설했으며,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