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9%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백신 개발·보급이 진전되고 완화적 통화·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겠지만, 코로나19로 증가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은 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2020년 금융동향과 2021년 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올 겨울 코로나19 유행이 제한된 범위에서 통제되고, 내년 초 백신 승인 후 하반기에는 주요국에 백신이 보급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치다.
백신 승인에 따른 경제심리 개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3.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보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은 기준 시나리오보다 낮아질 것이란 의견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와 내년의 GDP 항목별 증가율을 민간소비 -4.5%→2.7%, 설비투자 6.1%→4.0%, 건설투자 -1.0%→1.3%, 총수출 -3.9%→5.8%, 총수입 -4.4%→4.1%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의 투자가 지속되고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위축됐던 건설투자는 내년 정부의 SOC투자와 기저효과 등으로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취업자 수는 내년에 12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3.9% 기록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따라 고용상황이 개선되는 한편, 작년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가 취업자수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로 올해 0.5%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부동산 및 주식가격 상승 등이 물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으나 코로나19 종식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국내외 경기 및 국제유가 회복 지연, 경제심리 위축, 복지정책 강화 등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올해(1184원)보다 낮은 1125원 수준을 예상했다.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을 올해 10%보다 소폭 낮아진 6%내외로 전망했다. 신용대출이 축소되고, 코로나19 장기화 등과 관련 대출 축소 요인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은 코로나19로 대손비용 증가,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수료 이익도 감소해 자산수익률(ROA) 기준 0.3~0.36%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내년 자산건정성이 다소 악화돼 은행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해 상반기 대비 60% 상승하면 내년 대손 전입액은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실장은 "코로나 장기화, 초저금리 지속, 금융소비자보호강화, 디지털 경쟁 심화 등에 대응해 신용리스크와 평판리스크 등 각종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의 충분한 적립을 통한 신용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