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이 스타트업과 손잡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 디지털 전환에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특허권, 실용신안권 및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다양한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신용보증재단은 하나은행의 신규 출연금을 바탕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시행하고 금리우대, 심사 간소화, 보증료율 감면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에는 개발, 사업화, 매출 확대 등 기업성장주기 단계별 맞춤형 금융지원과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015년부터 스타트업 멘토링 센터 '원큐 애자일랩' 운영을 통해 총 90여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개별 사무공간과 하나금융그룹 전 관계사의 현업 부서들과 사업화 협업, 직·간접투자, 글로벌 진출 타진을 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을 론칭했다.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목표로 한다. 중견·대기업과의 기술연계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사업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에도 참여 중이다. 신한퓨처스랩은 이달 55개의 기업을 포함해 총 195개의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했으며, 현재까지 국내·외 육성기업에 총 331억원을 직·간접 투자해 왔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은 올해부터 우리금융그룹 사업으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디노랩에 최종 선발된 기업은 사무공간, 특허·세무·회계 등 전문가 멘토링, 투자유치·사업화, 신남방 지역 진출 등을 지원받는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사회혁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금융캠퍼스 S.I.N.G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3년차 이상의 사회혁신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교육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과 경영 멘토링을 통해 사업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현재 2기 모집까지 완료됐으며, 우수기업에는 KB이노베이션 허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은행들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앞당겨진 비대면 사회에 대응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은행권의 최우선 과제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투자를 넘어서 협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는 곳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플랫폼인 '하나원큐'를 개편하며 스타트업을 조력자 삼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원큐애자일랩'을 통해 발굴한 데이터노우즈와 부동산 빅데이터, AI(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부동산 서비스를, AI얼굴인식 스타트업 메사쿠어컴퍼니와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얼굴인증 서비스를 개시했다.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한 성과다. 우리금융은 디노랩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16건의 사업도입 성과를 창출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은행권이 디지털화를 주요 목표로 삼은 만큼, 스타트업 육성은 물론이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타트업 육성은 꽤 오래전부터 업계의 화두였다"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플랫폼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