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대출 쏠림 심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코로나19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초저금리, 주식투자 열풍, 부동산 규제에 따른 투자심리 과열 등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이어지면서 올해 가계대출은 유례없는 폭증세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신용대출에 수요가 몰리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올해 들어서만 23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은 6월(2조8374억원)에 이어 9월(4조704억원), 11월(4조8495억원)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폭증하자 금융당국도 본격적인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은행권에 신용대출 폭증세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직장인 대출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은행권의 자율관리만으로는 큰 틀에서의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해당 방안에 따르면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는 앞으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총량)을 받을 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DSR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현미경 심사해 실제 대출가능 금액 자체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로 여겨진다.
고강도 규제책이 나온데 이어 금융당국이 연일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권도 속속 신용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말까지 2000만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신규 신청과 증액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연말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난민들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 풍선효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풍선효과의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5월에 4조9000억원 감소했던 2금융권에서의 가계대출 규모는 6월부터 증가세로 전환, 11월까지 약 14조원에 달하는 증가액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엔 가계대출 증가액이 4년 만에 월별 최대치인 약 5조원에 육박했다.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의 신규 이용액은 은행권이 대출 빗장 걸어 잠그기에 나선 지난 9월 4조1279억원, 10월 4조2811억원으로 연이어 4조원을 넘어섰다. 월간 카드론 신규 이용액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카드사뿐 아니라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올 3분기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8267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3개월 만에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금리를 상향조정하며 보수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2금융권 역시 대출 속도 조절에 돌입했지만, 이 추세라면 2금융권으로의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게 되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2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규제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가 많은 만큼, 당장의 대출 규제보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