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1.7조 '팔자'…개인 1.7조 '사자'
코스피·코스닥 모두 연초 수준 회귀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그간 급등 부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실망감과 게임스톱 사태 등에 따른 불안감이 만연하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코스피와 코스피 모두 속절없이 무너져 올해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92.84p(3.03%) 내린 2976.21로 나흘 연속 하락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9.68p(0.32%) 상승한 3079.98에 출발한 직후 3100선을 터치했지만, 이내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장중엔 106.35p 폭락, 296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이날 기록한 하락폭은 지난해 6월15일(-101.48p) 이후 7개월, 하락률은 지난해 8월20일(-3.66%) 이후 5개월여 최대 수준이다. 동시에, 이달 6일(2968.21) 이후 17거래일 만의 최저치다. 연초 상승 랠리로 올라섰던 지수를 모두 내준 셈이다.
지난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회복세 지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추가 부양책 관련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 실망을 야기했다. 여기에 개인과 공매도 기관 간 맞대결이 붙은 게임스탑 사태로 외국인을 위주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톱 사태 등 악재로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삼성전자와 기아차, 금융주 등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과 외국인·기관 간 매매공방이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부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파월 의장의 경기회복 우려와 중국의 단기금리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그간 증시 급등에 따른 부담이 상존한 가운데,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다만 "현재 시장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조정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매주체별로 나흘째 '팔자'를 외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4412억원, 2551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이들은 최근 4거래일간 무려 8조2500억여 원어치 매물을 쏟아냈다. 나흘째 매수세를 지속한 개인은 1조7101억원어치 사들였지만, 지수 급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53%)와 대만 가권지수(-1.80%), 중국상해종합지수(-1.61%), 홍콩항셍지수(-0.93%)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업종 모두가 하락했다. 기계(-5.40%)를 필두로, 건설업(-4.92%), 운수장비(-4.50%), 의약품(-4.41%), 의료정밀(-4.14%), 금융업(-3.44%), 음식료업(-3.38%), 서비스업(-3.29%), 운수창고(-3.25%), 비금속광물(-3.21%), 보험(-3.17%), 증권(-3.01%) 등 모두 급락세를 연출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2.03%)를 비롯, SK하이닉스(-0.41%), LG화학(-2.24%), NAVER(-3.38%), 삼성바이오로직스(-5.37%), 삼성SDI(-4.30%), 현대차(-3.98%), 셀트리온(-3.14%), 카카오(-3.17%) 등이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1.27%)과 고려아연(0.50%)은 시총 상위 40종목 중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30곳)이 상승 종목(64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6곳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0p(3.38%) 하락한 928.73으로 나흘째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전일보다 2.35p(0.24%) 오른 963.58에 출발한 뒤 970선을 터치한 지수는 상승폭을 빠르게 반납해 나갔다. 오후 한때 4.43% 폭락한 918.68까지 밀렸다가, 막판 920선에 안착했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해 12월28일(927.00) 이후 최저치다. 동시에, 하락폭은 지난해 9월24일(36.50p) 이후 4개월, 하락률은 10월26일(-3.71%) 이후 3개월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8원 내린 1118.8원으로 마감했다. 5.6원 내린 1114.0원에 출발한 환율은 달러화가 강세를 탄 데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 반전하자 계속해서 하락 폭을 줄였다. 오후 들어서는 한때 상승 전환하면서 1121.5원까지 오른 후, 장 마감 전 다시 약보합권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