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은행'에 울고 웃는 금융지주···"포트폴리오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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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은 비은행 부문이 견인
비은행 강화, 경쟁판도 가를 핵심 변수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실적 희비도 '비은행 부문'이 갈랐다. 순이자마진(NIM) 하락, 대손충당금 확대 등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비은행 강화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10조8143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지난해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2019년에 비해서는 각각 4.3%, 0.3%, 10.3%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은 비은행 계열사가 이끌었다. 가장 큰 이익을 거둔 KB금융에서 효자 노릇을 한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65.0% 급증한 4256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은행(5.8%↓)과 손해보험사(30%↓) 실적 악화를 방어했다. KB금융의 '1위 탈환'을 이끈 일등 공신인 셈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0%의 성장세를 달성한 하나금융 역시 하나금융투자(4109억원·전년 대비 46.6%↑)와 하나카드(1545억원·174.4%↑)의 순이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나캐피탈도 1772억원으로, 전년보다 64.5% 증가하며 약진했다.

신한금융에서는 신한카드, 신한생명보험 등이 그 역할을 했다. 신한카드(6065억원)와 신한생명보험(1778억원)의 순이익이 2019년보다 각각 19.2%, 43.6% 증가하면서 실적에 반영된 것.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2793억원)도 전년대비 73.9%나 이익이 늘었다. 

다만 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으로 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금융투자의 수수료수익(7406억원)이 45.6% 늘었으나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손실 비용을 반영하면서 전체 순이익은 29.9% 감소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보였음에도 1위를 지켰던 신한금융의 순위 변동이 이뤄진 배경 중 하나다.

아직 은행 수익 비중이 큰 우리금융은 1조307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1년 새 30.2%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에다 사모펀드 관련 비용을 반영한 결과인데,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비은행 계열사가 적어 실적을 만회할 채널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리금융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으로 작용했다.

비은행 부문은 수년째 금융지주들의 실적과 순위를 좌우하는 요소다. 금융지주들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출 규제 강화로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비은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 덕분에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이익은 나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작년 실적에서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41%를 기록해 40% 선을 넘어섰다. 전년과 견줘 8%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은 34.3%로 같은 기간 10.3%p, 우리금융은 19.5%로 11.2%p 끌어올렸다.

KB금융은 경상순이익으로 기준이 바뀌어 전년과 비교는 불가하지만, 은행(65.7%)과 비은행(34.3%) 실적 비중이 균형 있게 개선됐다는 평이다.

올해 승부처 역시 비은행 기여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이 증권사 등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순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이 약진한 덕분"이라면서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 강화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이자이익 확대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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