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리스크'에 후보군 구성 변수
김 회장, '3연임+1년' 관측에 무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차기 회장 인선을 놓고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함영주 지주 부회장과 이진국 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가 잇따라 '소송 리스크'에 맞닥뜨리면서 후보군 구성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어, 상황에 따라서는 김정태 회장이 재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르면 이달 말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회추위는 김정태 회장을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윤성복 이사회 의장과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등 8인이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회추위가 최고경영자를 추천하는 경우에 주총 소집 통지일 전에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총이 통상 3월20일 전후로, 주총 소집 통지일은 그보다 17일가량 앞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안에는 '1인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야 한다.
일정을 감안해 최근 회추위도 비공식적으로 물밑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의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하나금융 측 입장이나, 지난 5일 실적 보고·배당 확정을 위한 이사회에 이어 8일 회추위가 가동돼 차기 회장 선임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최종 후보 1인 선정에 앞서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구성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은 함 부회장과 함께 차기 후계 구도를 위해 선임된 이진국·이은형 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이 김 회장을 받쳐주는 구조다.
이중 김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재판으로,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이진국 부회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식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며 법률 리스크가 커졌다.
김 회장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간접적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회추위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지주 안팎에선 조직 안정을 위해 김 회장이 한 번 더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재신임설이 다시금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추가 연임을 하더라도 하나금융 내부 규정상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즉 '3연임+1년'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변수로 인해 이례적으로 회추위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해 재신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어, 이사들의 부담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진국·이은형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19일까지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등 11개 계열사 CEO의 임기도 3월에 끝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