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은행 자본규제 완화 종료 결정과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의 양국간 갈등 표출 등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34.33p(0.71%) 하락한 3만2627.97에, S&P500지수는 2.36p(0.06%) 하락한 3913.10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9.07p(0.76%) 상승한 1만3215.2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번주 0.5%가량 하락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약 0.8%씩 내렸다.
시장은 미 금리 동향과 은행 자본규제 완화조치 종료, 미중 고위급 회담 등을 주시했다. 이달 FOMC 정례회의를 마친후 연준은 장기간 저금리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국채 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대형은행의 SLR 완화 조치를 연장 없이 31일 종료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국채 시장의 불안감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SLR 완화 조치는 총자산 2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이 보유한 국채와 지급준비금을 필요 자기자본 산출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제도다. 연준은 팬데믹으로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진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은행이 보유한 국채와 지급준비금은 필요 자기자본 산출 대상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 줬다.
당초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대형 은행들이 국채를 사도록 유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던 것이라는 점에서, 제도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국채를 내다 팔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SLR 완화 조치가 연장 없이 종료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초반 1.7% 아래로 내렸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74% 부근으로 다시 오르기도 했다.
증시에는 은행 주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JP모건 주가는 약 1.6%,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1%가량 하락했다. 다만 은행들이 완화 조치 종료에 대비해 온 만큼 채권 수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으면서 금리는 상승 폭을 다소 줄였다. 증시 마감 무렵에는 10년물 금리가 1.72%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첫 고위급 회담에서 갈등을 표출한 점도 증시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부터 이틀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세차례 '2+2 회담'을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 고위급 대면 회담이다.
양국은 전일 모두발언에서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이례적 설전을 벌이며 대립한데 이어 추후 진행된 회담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한채 회담은 종료됐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의 행동이 규칙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이 중국 공격을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한다"면서 "내정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종목별로는 비자카드가 법무부의 반경쟁 행위 조사 소식으로 6.2% 넘게 급락하며 다우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1.2% 하락했다. 기술주는 0.25% 내렸지만, 커뮤니케이션은 0.8% 상승했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 불안 속에 증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보스턴 파트너스의 마이클 멀레이 글로벌 시장 연구 담당 이사는 "최근 일주일간 하루하루의 주가 패턴을 보면 핑퐁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루는 성장주였다가 하루는 가치주인 식인데, 이것이 우리가 성장이 회복될 수 있는 어떤 변곡점에 있다는 신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92% 하락한 20.9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