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전셋값 인상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의 시행 직전 본인이 소유한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이중성 논란을 일으킨 지 하루만이다. 때문에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후임에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했다"며 "이호승 정책실장은 경제 등 정책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감각이 있어 집권 후반기 경제활력을 회복하고 포용국가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의 시행 이틀 전인 지난해 7월 29일 부부 공동명의의 서울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8억5천만원에서 9억7천만원으로 14.1% 올려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검찰개혁 갈등 등 각종 국정 난맥상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호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밝혔으나, 문 대통령은 김 실장의 사의를 반려한 바 있다.
이날 유 실장과 함께 브리핑룸을 찾은 김 전 실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점에 크나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대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의 마지막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실장이 탁월한 능력과 훌륭한 인품을 가져 제가 다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해 대한민국의 포용적 회복과 도약을 위한 성과를 거두리라고 확신한다"면서 "다시 한번 송구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신임 이 실장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세 가지 정책과제에 집중하겠다"면서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과 조기 일상 회복, 기술과 국제질서 변화 속 선도국가 도약, 불평등 완화 및 사회 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 강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이 실장은 "과거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차근차근 이뤄내 오늘날의 세계 10위권 중견 국가를 만들었다"며 "국민께서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자신감 있게 미래로 나아가도록 정성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