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조성원가는 8.8조원이나, 매각원가는 14.2조원"
SH공사 "최소 수익 관리···원가 단순 비교 적절치 않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10년동안 공공택지를 매각해 벌어들인 돈만 약 5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값싸고 질 좋은 주택 공급 집값을 내놓기는 커녕,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9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SH공사 2011년 이후 택지매각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0년동안 SH공사가 지구 택지를 판매한 이익에 대해 분석 한결과를 발표했다. 시세 조사는 KB부동산·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시세정보 등을 활용했으며, 토지 시세는 아파트값에서 건축비를 뺀 후 용적률을 고려해 산출했다. 건축비는 평당 400만∼600만원까지 분양 시기별로 적용했다. 자료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제출한 '사업지구별 택지매각 현황(2011년 1월1일~2020년 12월31일) 분양가 공개서'를 참고했다.
분석 결과, SH공사는 지난 2011~2020년 서울 시내 28개 사업지구에서 총 287만7805㎡(약 86만7511평)의 택지를 매각했다. 매각액은 총 14조2363억원으로 평균 3.3㎡당 1640만원에 팔았다. 택지의 평균 수용가는 3.3㎡당 334만원, 유상면적으로 나눈 용지비는 3.3㎡당 633만원이다. 평균 조성원가는 1010만원으로 수용가격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SH공사가 10년간 매각한 택지의 전체 조성원가는 8조7679억원으로, 택지 매각을 통해 총 5조4684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사업지구별로는 마곡이 조성원가 3조9624억원, 판매가 6조5009억원으로 2조5385억원의 가장 큰 수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덕강일 7384억원 △문정 6393억원 △위례 4454억원 등의 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평당 차액이 가장 큰 곳은 문정지구로 판매가는 2858만원, 조성원가는 1734만원으로 1125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경실련은 "이렇게 판매된 토지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평당 4340만원, 총 37조7000억원 가량"이라면서 "SH는 부채를 핑계 삼아 강제수용 택지를 민간에 매각했고, 정작 20년 이상 장기거주와 보유가 가능한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매입임대·전세임대 등의 공공주택만 늘린 바 있다. 신도시 공공택지를 민간에 넘기지 않고 장기 공공주택으로 공급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70년대 공기업을 만든 목적은 무주택 서민들의 집값 안정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난 2004년 이후 공기업이 본분은 망각한 채 선분양 특혜와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위임 권력인 3대 특권을 남용한 채 배만 불렸다"라며 "SH공사는 당장 땅장사를 중단하고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사업방식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공적임대주택 건설 등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성 토지를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약 13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했으며 매년 3500억원 수준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공공분양사업과 택지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최소한의 수익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분양주택용지 및 상업·업무용지 등 대부분의 토지는 최고낙찰가 또는 감정가로 공급했기 때문에 토지조성원가와 단순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