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전망 유지·물가 1.3%로 상향 조정
"성장세 보이지만 아직은 완화기조 이어갈 때"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국내 경제 수출 및 설비투자 중심 회복세가 보이지만, 재차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5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열린 금통위(7·8·10·11월)에서는 모두 기준금리가 동결됐고, 올해 진행된 세 차례의 금통위 모두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곱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시킨 것이며, 11개월 간 유지되는 셈이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 금리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 유지됐다. 미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존 1.00~1.25%에서 0.0~0.25%로 1%포인트(p) 낮춘 뒤 계속 유지해 왔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무난 결과,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번 동결 결정의 핵심은 회복세가 드러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데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했던 수준(3.0%)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국내경제가 수출·투자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회복 속도와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각각 3.3%와 3.6%로 상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대외경제 여건에선 앞으로 세계경제가 주요국 경기부양책 실시,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회복세가 완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에서 큰 폭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기준 소매판매(-3.0%), 산업생산(-2.2%) 등 경제지표에서 역성장 추세가 줄어들고, 실업률 역시 꾸준히 감소해 지난달에는 6%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엔 실업률이 13%에 달했다. 이외에도 유로, 일본, 중국 등도 경제가 빠르게 회복 흐름을 되찾고 있단 분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요국 주가와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각국 정책대응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1%대 중반으로 높아졌고,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 범위에서 소폭 상승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초반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당분간 2%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점차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31만4000명이 증가하는 등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실업자 역시 사상 최대치인 12만5000명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도 근 2달간 연속 역성장하는 등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이 총재는 "글로벌 회복세가 완연해지고, 국내 경제 역시 회복세가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대비 안정되게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며 완화기조의 통화정책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저금리 기조로 주식, 부동산 등 금융자산 급등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2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한은의 완화기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실제로 금통위 회의에서 많은 위원들이 우려를 제기했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지켜보며 경제회복이 안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회복 흐름이 안착됐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선 정책 기조 전환을 고려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