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글로벌 교역 증가 대비 경쟁력 강화해야"
"배터리·바이오 성장 '주목'···신산업 융복합 확대必"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 IT산업이 향후 글로벌 교역구조 변화에서도 높은 대외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4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와 바이오·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22일 'BOK 이슈노트 - 산업의존도 요인분해를 통한 우리경제의 IT산업 의존도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 등 IT부문이 큰 폭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비 IT부문도 코로나19에 따른 부진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및 설비투자가 회복 흐름을 보이며 국내 경기의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2분기에서 GDP는 각각 -1.3%, -3.2% 역성장하는 등 전기 대비 2분기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하반기 제조업의 양호한 회복 흐름에 힘입어 3분기 2.1%, 4분기 1.2% 등 상당폭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6%, 올해 1~2월엔 13.4%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IT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재택 △온라인 교육 및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반도체 등 IT산업은 지난해 GDP 기여도로 보면 연간 GDP 감소폭 축소에 기여(0.3%p)했고, 올해 1분기 통관수출에선 두 자리수의 수출 증가율(13.6%)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IT산업을 주도하는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규모 가운데 무려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가 처음부터 두드러졌던 것은 아니다. 국내 IT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반도체와 휴대폰·디스플레이 산업의존도가 시기별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는 지난 2000년대에 메모리 반도체 단가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p 축소됐으나, 2010년 이후 재차 확대(8.9%p)됐다. 데이터센터 증설 등 기조적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힘입어 세계시장 내 우리나라 반도체 점유율은 58.5%로 2·3위 국가인 미국(28.6%), 일본(7.4%)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10년 이후에는 휴대폰, 디스플레이, 조선 등의 국제 경쟁력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은 지난 2000년대 수출점유율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나, 2010년대 이후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되는 등 급격히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이 2018년 중 LCD 시장점유율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고부가가치 부문인 OLED에서도 중국이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 역시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수출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배터리, 의약품과 같은 신성장 산업의 수출 점유율은 상승 추세다.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 배터리 매출 점유율(LG, SK, 삼성 기준)은 높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 9.5% 수준에서 2020년 34.7%까지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2.9%로 세계 1위다. 의약품도 2010년대 이후 위탁생산,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출점유율이 확대됐다.
박재현 한은 경제조사국 동향분석팀장은 "반도체 성장은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교역구조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며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등 주요 비 IT산업과 배터리, 의약품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발달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에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는 '4차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강국으로 이차전지, 바이오, 5G 등 신기술·신산업 비중도 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어, 이같은 여건을 바탕으로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