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장성윤 기자]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용진이형'이란 별명을 얻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클럽하우스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준 덕이다.
정 부회장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타벅스의 새로운 메뉴나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 제품 등을 체험해보고 소개하는 게시물들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23일 기준 60만명을 육박한다.
정 부회장은 '인플루언서' 영향력도 입증했다.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노브랜드의 골프장갑, 청정 고창 소주 등은 줄지어 온라인몰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고창서해안복분자주 영농조합법인의 청정 고창 소주는 정 부회장이 직접 전라북도 고창 상하농원을 방문해 직접 맛보고 감탄해 이마트 입점이 추진된 상품이다. 이마트는 올해 안으로 청정 고창 소주 판매 지점을 기존 15곳에서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자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 모습을 딴 캐릭터 '제이릴라' 사업도 시작했다.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을 닮은 고릴라 캐릭터로 정 부회장의 영문 이니셜 '제이'와 고릴라를 뜻하는 '릴라'의 합성어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SSG푸드마켓 청담점에서는 오는 6월경 제이릴라 베이커리 1호점을 열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오너 인플루언서'답게 제이릴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기자 곧바로 팔로우했으며 제이릴라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굵직한 사업들을 견인하면서도 SNS 소통을 놓지 않았다. 인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SSG랜더스)을 인수했을 때도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야구단 인수 배경, 구단 명칭, 상징색, 유니폼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해 화제를 낳았다. 팔로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롯데가 본업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롯데를 자극했으며 동시에 "야구와 유통을 연결해 보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단주의 도발 덕분에 신생 구단이었던 SSG랜더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자이언츠와 단시간에 라이벌 구도를 갖추게 됐으며 심지어 개막전에서 롯데자이언츠를 이겼다. 최근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서 SSG유니폼을 착용한 모습과 '코스튬이래서 좌절'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다시 팔로워들의 관심을 모았다. 팔로워들은 해당 게시물에 '진짜 야구선수 같다', '직접 뛰어주세요', '랜더스 화이팅'이라며 호응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 코로나19로 시장 경쟁환경이 재편되면서 올 한해가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며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 신세계그룹에서는 야구단 인수를 비롯해 네이버와의 지분 맞교환 등 대담한 사업들을 벌였다. 다만 유통 시장은 현재 난국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쿠팡, 위메프,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과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벌 총수란 틀에서 벗어나 전례 없는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부회장이 SNS 밖에서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