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업 성공 시, 추가 수주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수주액을 늘려가고 있다. 지금껏 공들여 온 지역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7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95억954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억달러) 대비 26% 감소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올해 새로운 계약을 따내며 선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1~4월 동안 5억2765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5940억원의 일감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6%나 오른 수치다. DL이앤씨도 올해 같은 기간 동안 3억3167만달러, 한화 약 3773억원어치의 일감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보다 130% 증가한 수치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대우건설은 동아지질과 조인트 벤처를 구성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지하철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 CR108 공구'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공사비는 한화로 약 8000억원이며 대우건설의 지분은 70%, 한화 약 5600억원이다.
DL이앤씨는 러시아 석유기업인 가즈프롬네프트와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가계약을 지난 3월 체결했다. 해당 사업의 수주액은 3271억원에 달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에 위치한 모스크바 정유공장에 수소첨가분해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DL이앤씨가 설계·조달·시공감리까지 단독으로 수행한다.
양사 모두 불황 속에서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발주처와도 이전부터 사업을 함께 해오며 신뢰를 쌓아온 관계다.
대우건설은 지난 1982년 8000세대 규모의 주택공사를 수주하며 싱가포르에 첫 진출한 이후 이번 사업까지 총 12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이번 공사를 발주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과는 4번째 계약서를 썼다. 대우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칼랑~파야 레바 지하고속도로 C422 구간 △톰슨라인 T216 공구 △주롱 레지언 라인 J109 공구 등의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번 사업까지 수주함에 따라, 이전의 사업에서 보여준 수행 능력을 발주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DL이앤씨는 해외 신시장 개척 전략에 따라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가스 및 석유화학공장 등의 기본설계(FEED)와 상세설계 작업을 수행해왔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발주한 아무르스크 가스화학단지 기본설계용역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가즈프롬의 자회사이자 국영 석유기업인 가즈프롬네프트가 발주한 옴스크 정유공장 고도화 사업 패키지 수주 계약을 따냈다. DL이앤씨도 가즈프롬‧가즈프롬네프트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해오며, 이번 사업까지 4건의 공사를 함께 수행하게 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해외 신시장 개척 전략에 따라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했다"며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단 러시아 시장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가 수주에 있어 양사의 향후 전망도 밝아 보인다. 먼저 대우건설의 경우,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오는 2030년까지 싱가포르 국민들의 약 80%가 도보로 철도역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철도망을 확장 및 정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발주가 기대되면서, 싱가포르에서 대우건설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DL이앤씨가 사업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는 정부가 지난 1월 오는 2035년까지 신규 LNG 플랜트 10개 건설을 위해 1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플랜트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DL이앤씨는 지난 2월 스위스의 글로벌 비료 회사인 유로켐이 발주한 메탄올 플랜트의 기본설계도 수주했는데, 이후 EPC 사업이 발주될 계획이다. 성공적인 기본설계를 수행한다면 EPC까지 잇달아 따내며 수주고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경우 이미 수주한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을 시, 다음 사업에 또 입찰했을 때 가점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해당 국가와 발주처에 좋은 인상을 줬을 때, 추가 수주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