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ITC 최종 결정 무효화 가능성 높아지자 시간끌기 결정"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대웅과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현지 협력사인 이온바이오파마를 상대로 새로운 소송 2건을 냈다고 17일 밝혔다. 대웅제약이 자사에서 도용한 기술로 보툴리눔 톡신 생산 방법에 관한 미국 특허를 얻어냈다고 보고 해당 특허를 넘겨받겠다는 취지다.
이날 메디톡스 쪽은 '서울파이낸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애초부터 우리 권리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갈 방침이었다"며 "정당한 대가를 받아낼 때까지 국내외 소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발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의 무효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추가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고자 하는 다급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14일(현지시각)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보툴리눔 톡신 개발 중단과 이익환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메디톡스는 양사가 미국 ITC 판결에도 불구하고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온바이오는 미국, 유럽, 캐나다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치료용 목적으로 허가, 수입, 판매하는 권리를 가진 독점 파트너사다.
앞서 미국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21개월간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한 미용 목적 판권을 가진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메디톡스 및 메디톡스 파트너사 엘러간과 3자 합의계약을 맺고 합의금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나보타 판매를 재개했다.
메디톡스는 대웅과 대웅제약이 자사에서 도용한 기술로 보툴리눔 톡신 생산 방법에 관한 미국 특허를 얻어냈다고 보고 미국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에도 소송을 냈다. 대웅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을 부당하게 습득했는데도 이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특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형평법상 소유권 이전을 통해 이 특허를 넘겨받겠다는 목적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메디톡스가 얻을 권리는 손해배상과 특허 소유권 이전에 대한 것이며, 대웅과 이온바이오는 ITC 판결로 이뤄진 3자 합의 당사자가 아니기에 미국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ITC의 관할권이 외국 기업 간 분쟁에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메디톡스에서 도용한 균주와 제조공정으로 개발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려는 대웅과 이온바이오의 행위, 도용한 기술로 얻은 미국 특허소유권에 대한 것은 미국 법원이 당연히 맡는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추가로 제기한 소송은 내용은 ITC에서 주장했던 것을 일반 법원으로 옮겼을 뿐"이라며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은 관할권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ITC의 최종 결정이 아무런 법적 효력 없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추가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고자 하는 메디톡스 측의 다급한 결정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웅제약은 주보(나보타의 미국 수출명)에 대한 수입금지명령 철회 및 ITC 최종 결정의 원천 무효화를 신청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ITC는 이달 3일 수입금지 철회를 승인했으며, 연방항소순회법원에 제기된 대웅제약의 항소가 기각되면 이 최종결정도 무효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들은 ITC 결정 내용을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대웅제약은 균주 도용 주장의 소멸시효가 이미 만료돼 해당 법원에서 더 이상의 소송을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국내에서 같은 내용으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미국 법원에서는 사건을 기각 또는 중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한국이 아닌 미국 법원에는 부적합하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ITC가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엘러간이 공동원고로 참여했기 때문이었지만, 이번에는 메디톡스가 단독 원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