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펀드' 수탁사 하나銀, 기소···기피현상 '가속화'
수탁사 못찾는 중소형 운용업계, 고사 위기 '우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개선을 위해 수탁사(펀드 자금을 보관하는 은행)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업무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31일 발표했지만 사모펀드 사태로 쪼그라든 수탁 시장이 되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은행권의 수탁 기피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소규모 자산운용사일수록 수탁사 찾기가 어려워져 중소형 운용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검찰에 기소되면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지난달 28일 하나은행과 하나은행 수탁영업부 직원들을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하나은행 직원들이 지난 2018년 8~12월 3차례에 걸쳐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을 다른 펀드자금으로 돌려막기 하는 데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또 옵티머스펀드의 비정상적인 운용 구조를 알면서도 수탁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봤다.
은행권은 이번 기소 과정에 하나은행의 해명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환매자금이 불일치했던 것은 자동화된 결제시스템에 따라 마감 과정에서 환매대금이 지급됐기 때문"이라며 해명해왔지만 관련 내용이 기소 과정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수탁업무를 맡았다가 해당 펀드가 손실이 날 경우 하나은행 사례와 같이 검찰에 기소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특히, 수탁사의 경우 법적으로 운용행위 감시의무와 권한이 없고 펀드자금을 보관하는 단순 역할이 주된 업무인 데 반해 수탁사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나은행이 검찰에 기소되면서 은행권의 수탁기피 현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사모펀드 사태 이후 시장 규모가 크게 감소했는데, 이같은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펀드 수탁계약 현황'에 따르면 8개 은행(신한·하나·우리·농협·부산·산업·제일·씨티)의 지난해 사모펀드 수탁계약 건수는 2168건으로 전년 대비 52.5%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분쟁 이후에 수탁사들이 운용을 감시해야 하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지 사실 수탁업무 자체는 운용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대행하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수수료도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다"며 "그런 중심사업도 아닌데 이 정도로 (책임) 리스크가 감당 못할 수준까지 커지니 은행들로서는 맡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수탁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수탁사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일반투자자 대상) 운용에 대해 감시·확인 의무를 지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탁업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장기적으로 시장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의 수탁 기피가 계속되면서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운용사는 새로운 펀드를 설정·운용하려면 판매사와 수탁사가 필요한데, 펀드손실 책임 리스크를 피하려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 운용사들과만 수탁 계약을 맺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은행들과 수탁 계약을 맺는 게 엄청 어려워졌고, 이 부분이 최근 펀드 운용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며 "사태 이후 수탁계약 비중이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기소당했다는 명백한 사례가 눈앞에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수탁업무에 대해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맡는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검증된 운용사, 큰 곳 위주로 하지 신생이나 중소형 운용사는 수탁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