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5월 말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가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급락세로 전환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만도는 이날 오전 9시 11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9.13%(6700원) 하락한 6만6700원에 거래중이다. 지난달 25일 6만1500원에서 꾸준히 상승하며 9일 7만3400원대까지 올라선 만도는 물적발표에 대한 충격으로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반납했다.
전일 만도는 이사회를 열고 자율주행 사업을 물적 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양대 축인 EV 솔루션(섀시 전동화·EV 신사업)과 자율주행 사업을 전문화해 2025년까지 매출 9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분할안은 다음 달 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분할 기일은 9월 1일이다. 만도는 신설법인의 모회사(100%)가 된다.
신설 예정 법인인 '만도 모빌리티 솔루션(MMS)'(가칭)은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 자율주행 로봇,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주행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 만도 헬라 일렉트로닉스(MHE)는 자율주행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MMS의 자회사(100%)로 편입된다. MMS와 MHE의 매출과 손익은 ㈜만도에 100% 반영되며, 2025년 매출 2조원 달성이 목표다.
존속법인 만도는 글로벌 전기차 선도 기업과의 비즈니스 경험, 소프트웨어 솔루션 고도화를 기반으로 EV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025년 만도 목표 매출액은 7조4000억원이다. MMS를 포함한 2025년 만도 연결 매출 총액(계열사 중복 매출 제외)은 올해 사업계획(6조1000억원) 대비 약 3조원 성장한 9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조성현 만도 총괄사장은 "핵심 사업 전문화는 급변하는 시장의 허들을 넘어서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라며 "만도와 MMS, 양사 모두 전문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주주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물적분할을 통한 성장전략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일단 차갑다. 이미 지난해 물적분할을 발표한 후 주가 하락을 겪은 LG화학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은 배터리 부분 물적분할을 발표하자 70만원대 하던 주가가 60만원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반면 SK텔레콤는 우려됐던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올해 3월말 이후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은 핵심사업을 따로 떼어낸다는 점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인식이 있다. 모회사가 성장 전망이 밝은 사업부를 떼어낸 자회사에 대해 지분만 갖는 일종의 '중간지주'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이익 가치를 주가에 반영할때 역시 지분율만큼 반영하기 보다는 할인해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만도가 물적분할을 밝히며 앞으로의 성장 전략에 대해 강조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MMS가 상장(IPO)을 추진할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주가적 전망은 오히려 더 어두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도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인 MMS가 상장사가 될 경우, 이익 성장으로 인한 기업가치는 일차적으로 MMS에 매겨진다. 자회사 이익 성장이 모회사인 만도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덜 반영된다. '자회사 이익 성장'이라는 재료를 양쪽 회사 기업가치 모두에 반영하게 되면 일종의 '중복 반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만도의 물적분할 발표 이후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진 가운데 이같은 점을 가장 주시한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Mobility Solution은 ADAS사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성이며, 투자재원을 확보하려면 향후 IPO(기업공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주주 관점에서 ADAS사업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로는 부정적 이벤트"라고 짚었다.
다만 삼성증권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완성차의 리스토킹(Re-stocking) 싸이클과 신흥시장까지 이어질 수요 호조를 감안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즉, 존속법인인 만도의 주 사업 부분의 성장성이 남아 있음을 반영해 매수 의견은 유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만도의 물적분할에 대한 명분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향후 성장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신한금투는 “분할 목적은 상이한 성격을 갖는 사업부간 중복된 영역을 없애고 적시 자금 조달을 통해 신설 법인의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라면서도 "물적분할이 주주에게 부가가치를 주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국내 시장은 물적분할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겪었다. 향후 조달 과정에서 높은 확률로 기존 주주들의 지배력이 희석되기 때문”이라며 “물적분할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이 확보될 것을 기대하거나 신규 사업부의 재평가로 히든 밸류가 발견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즉, 분할을 통해 기업 가치가 커질 수 있으면 호재라는 뜻이다.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물적분할 이후 만도의 자회사가 될 MMS가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까지는 중립적 평가에 그치지만, 만약 상장후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해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경우에는 만도에는 주가적으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붙이는 분위기다.
IBK투자증권은 "신설법인은 존속법인의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로 인한 연결실적 변동은 없다"며 "다만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했다는 점에서 추후 IPO(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회사 입장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성장성 높은 신설법인의 자금 조달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또 "존속법인이 중간지주회사처럼 여겨져 할인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존속법인도 샤시 전동화를 통한 비교적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SK증권은 만도의 물적분할에 대해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신설법인의 향후 자본조달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의 우려처럼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으나 주요 고객사나 협력사가 투자하면 주가와 실적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물적분할은 실적 추정치에는 영향이 없지만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