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發 금융불균형 누증···"금융 안정 훼손 및 경제성장 저해"
비둘기파 "가계소득·임금·고용 회복 아직···물가도 목표수준 미달"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금리 인상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를 더욱 강력히 내비쳤다. 이는 연내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15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2021년도 제10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금통위 위원들은 현재와 같은 이례적인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정상화할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기보단 경제성장 회복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위원들은 국내경제가 수출과 투자 호조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증가세도 확대되면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세 확대 △백신 접종 등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정부의 추가 지원책 등이 상당 부분 현실로 드러났으며, 한은 조사국도 이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4%로 상향 조정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수의 금통위 위원들은 앞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언제 정상화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만장일치로 금리는 동결됐지만,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은 매파적 발언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들은 초저금리에서 오는 부작용에 '금융불균형'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았다. 저금리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와 수익추구 강화가 금융불균형 누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꼽았으며, 과거 경험 등에 비춰볼 때 내부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경기 및 금융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실물 부분 개선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충격 초기의 금융완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부동산·주식·암호자산 등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를 늘리고, 가계대출 및 기업차입·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다"라며 "이는 자산가격 급락에 대한 취약성과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완화적 금융여건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중장기 시계에서 부채 증가에 의한 소비제약과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가 심화되면서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경제의 회복 모멘텀을 유지하면서도 금융불균형이 지나치게 심화하지 않도록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점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면서 "경제주체들은 앞으로 차입비용 상승에 대한 취약성을 늘리기보다는 이에 대한 주의와 대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또 코로나19 이후에도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타겟팅된 재정지출 시행과 제도개선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충격에 대응해 취한 이례적으로 완화적인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금과 같은 이례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향후 금리 정상화 과정의 비용을 더욱 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저성장 기조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미래 경기순환과 기조적 저성장의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 위원은 "향후 실물경기의 추가 확대 여부, 물가 경로 추이, 그리고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불균형 위험의 심화 가능성 등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은 여전히 경기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위원은 "인플레이션 하방압력에서 벗어났으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잠재성장 추세로 되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가계소득, 임금, 고용, 소비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면서 "인플레이션도 한은이 중기적 시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수준에서 미달하고, 경기확장의 탄력을 앞서 제어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