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물가↑, 슬랙↓···물가상승압력 확대"
인플레이션 추이·기대심리 변화 '예의주시'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예측에 중요 지표 중 하나인 '근원물가지수'가 내년까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최근 근원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근원물가는 내년까지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내년부터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물가와는 다르다는 것. 특히 관리제외 근원물가는 경기회복세 강화 등으로 1% 후반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제외)이 중요한 이유는 '기조적 물가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파동이나 이상기후·제도변화 등 일반적으로 예상치 못한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후 산출되는 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며, 현재 한국은행은 이를 물가안정목표제도의 대상 지표로 사용 중이다.
최근 근원인플레이션은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대로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중 코로나19 여파로 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근원인플레이션 전망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근원물가에서 비중이 큰 개인서비스물가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고, 근원인플레이션 자체도 조기 상승 전환을 이뤘다. 이에 더해 '유휴 노동력'을 의미하는 슬랙(Slack)까지 빠르게 축소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품목별로 살펴보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높아지고 있고, 집세 오름세도 지난해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외식물가는 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재료비가 인상되면서 5월 기준으로 전년말대비 1.7% 상승했다. 이는 예년 수준의 오름세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동원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올해 들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가 높아지면서 개인서비스물가 비중이 높은 코로나 수요민감물가도 오름폭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개인서비스물가가 근원물가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어 공공서비스물가, 집세, 공업제품 등 여타 근원품목의 물가상승 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근원인플레이션 상승 전환이 당초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으로 상당폭 둔화된 근원인플레이션이 빠른 경기회복에 힘입어 과거 위기보다 이른 시점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
이동원 차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당시 근원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는 데까지 각각 14개월, 12개월이 소요됐다"며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불과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슬랙 축소에 따른 물가상승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슬랙은 주요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의 유휴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예컨데 일할 능력은 있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고용시장에서는 슬랙으로 나타낸다.
슬랙이 플러스인 경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고, 마이너스인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 차장은 "최근 슬랙 지표가 빠른 경기회복세 등에 힘입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며 "향후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은 시차를 두고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 추이 및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