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돈 푸는 정부, 금리 올린다는 한은···'엇박자'일까?
[초점] 돈 푸는 정부, 금리 올린다는 한은···'엇박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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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이주열, 2년7개월 만에 단독 조찬 회동
정부 "확장기조 견지"·한은 "금융불균형 줄여야"
"폴리시믹스 필요해···반복되는 확장재정은 문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회동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회동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재정·통화 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의 단독 회동이 열렸다. 이는 돈을 푸는 정부와 돈을 걷겠다는 한국은행 사이에서 정책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이같은 '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시장 안정에 필요하며, 엇박자 행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프레스센터에서 배석자 없이 조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가졌다. 정부의 재정 정책을 이끄는 기재부 장관과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 한은 총재의 만남은 지난 2018년 12월19일 조찬 회동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문별로는 회복 속도가 불균등하고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재정·통화정책은 경제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확장 재정을 펼치는 정부와 통화 긴축에 나서려는 중앙은행 간 상반된 움직임에 따른 업계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해 돈을 계속 풀어내고, 이를 통해 소비·고용 등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견실한 경제회복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목표로, 이를 위해 정부는 약 3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계획했다. 지난 3월 1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에 이은 두 번째 추경으로, 정부가 실제 돈을 투입하는 '세출증가' 기준으로 볼 때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의 돈풀기에 나선 정부와는 반대로 한은은 돈을 걷어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거품이 생기고, 가계부채 규모가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불균형 누적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기자설명회를 통해 "저금리는 0% 물가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25일 추경 발표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상충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으며,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기재부는 돈을 풀어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있고, 한은은 금리를 올려 브레이크를 밟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은은 재정·통화정책이 항상 일방향적이지 않으며, 상황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 상황에 맞도록 처방을 해가면서 정책 수단 간의 조화를 잘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재정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통화정책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도 정부, 중앙은행 간 상반된 행보의 폴리시믹스가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한은은 한은대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물가가 유지되고,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쪽으로는 돈을 풀고, 한쪽에서는 돈을 걷는 모습이 정책 충돌이 아니냐며 우려하지만, 그래야만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면서 "돈을 양쪽에서 푼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경제 측면으로 볼 때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총수요를 늘려 성장과 함께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라며 "물가 안정이 최우선의 목표인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 통화량을 줄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와 한은은 이번 회동에서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반을 고려하고,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으로 살필 수 없는 취약 부문까지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이러한 정책 기조는 원론적으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필요한 데 일을 하지 않고 전반적인 확장 재정 기조로 가고 있는 재정정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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