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대출 규모↑···우량고객·새 수익원 '발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권이 개인사업자에 주목하고 있다. 카드·핀테크 업권에 이어 은행권이 개인사업자를 위한 전용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나섰다. 기존에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 등과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중금리혁신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중금리혁신법인은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평가(CB)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자영업자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시노트'의 운영사 한국신용데이터를 1대주주(지분율 42%)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지분율 33%로 2대주주가 된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의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이 지분율 9%의 3대주주로 이름을 올린다. 이밖에 KB국민은행(7%)·현대캐피탈(5%)·전북은행(2%)·웰컴저축은행(2%)이 주주사로 참여한다.
그동안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는 주로 사업주의 개인 신용정보에 근거하고 있었다. 사업체의 규모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됐든 사업주의 신용점수가 낮다면 고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중금리혁신법인은 사업체가 보유한 유·무형의 경쟁력이 신용평가에 반영되도록 전용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용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그동안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던 개인사업자가 고신용자로 평가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금리혁신법인은 현재 금융위원회 예비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이후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본격화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서비스 시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합작법인은 만들어진 상태고,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델이 실제로 효과가 있으려면 내년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7개 주주사들의 데이터가 모이면 모델도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1일부터 대안정보를 활용한 비대면 신용평가모형을 개인사업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대안정보란 기존의 금융정보를 보완할 수 있는 통신·유통·가맹점 정보 등을 뜻한다. 매출이 좋은 기업임에도 업력이 짧거나 금융사 거래정보가 없어 대출이 어려웠던 우량 개인사업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카드사 등 다른 금융업권도 개인사업자 CB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신한·KB국민·BC카드 등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개인사업자 CB업 예비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의 개인사업자 CB업 진출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관련이 있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이 가운데서 우량 고객군을 발굴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는 꽤 탄탄한 기업인데, 금융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객으로 모시지 못했던 개인사업자들이 많다"며 "특히나 코로나19 이후로 금융사들도 우량 고객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