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CPI 등 통화 긴축 우려 커지자···'비둘기파'적 입장 되풀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장기 물가목표인 2%에 대체로 일치한다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멀었다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연준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위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 물가상승률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고 약간 더 지속적"이라면서 "(물가 상승이) 완화되기 전까지 앞으로 수개월 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급등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그 회복 과정에서 공급 병목현상 및 기타 공급제약 등과 같이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적은 '퍼펙트 스톰'에 따른 것이라고 파월 의장은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9% 상승하고, 1년 전과 비교해 5.4% 뛰었다. 시장 컨센서스인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0% 상승을 넘어선 것은 물론, 전년대비 상승폭은 지난 2008년 8월(5.4%)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런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복한다면 이같은 높은 물가 상승폭이 상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내에서 수년에 걸친 중고차 부족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다른 부문의 가격 상승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란 여러 해에 걸쳐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일회성 물가상승이라면, 나중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 2%, 최대 고용 목표 달성 등의 수준까지 진행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못을 박았다. 전날 발표된 CPI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된 상황에서 기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우리가 이야기했던 범위와 일치한다"면서 "현저히 높아졌고 향후 몇 달 동안 계속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도입 시점에 대해 "아직 '상당한 추가 진전'의 기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상당한 추가 진전'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특정한 수치를 자세히 정해놓은 것은 아니며, 매우 광범위한 것들을 의미한다"고 명확한 답을 피했다.
다만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 전환할 때에는 앞서 시장에 이를 충분히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상황을 매우 신중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물가 안정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현저히 높거나 목표치를 넘어서고 장기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정책을 적절히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달러는 가상화폐(암호화폐)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달러가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민간의 대안통화에 대한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와 같은 전통적 통화 가치에 '페그(고정)'해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통화를 의미한다.
파월 의장은 "머니마켓펀드(MMF) 혹은 은행 예금에 대한 규제는 꽤 강력하다"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규제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려면 적절한 규제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디지털 달러가 있다면 암호화폐도 필요 없다. 디지털 달러를 선호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