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수년째 실적 선두를 두고 각축을 벌여온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승부에 관심이 모인다. 상반기 업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엔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비우호적 환경 속 저마다의 전통 강점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상 첫 순이익 1조원에 도달할지도 관심이다.
◇브로커리지 제외 호조···상반기 순익 나란히 6000억대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사 5곳이 추정한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304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007억원)과 비교해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와 마찬가지로 영위하는 사업의 고른 성과가 호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적 개선에 주효했던 '동학개미' 위세는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1000억원으로, 1분기(33조3000억원)보다 18.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231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IB와 해외법인 부문이 이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IB수익은 SK IET 대표주관을 비롯해 국내 자산 투자, 금융주선 등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베트남법인의 브로커리지 호조와 미국, 홍콩법인 자산평가이익(300억원) 반영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엔 금리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운용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헤지비중이 높고, 특히 디디추싱을 비롯한 투자목적자산의 평가익이 반영되면서 경쟁사 대비 트레이딩수익 감소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올 2분기 2497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855억원)보다 35.2% 뒷걸음한 수준이다. 이로써 1분기 사상 최대 실적(3506억원)으로 탈환했던 선두 자리를 한 분기 만에 미래에셋증권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브로커리지가 24.4% 감소한 점이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WM(자산관리) 수익도 랩어카운트를 비롯한 상품 판매는 원활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위축으로 1분기보다 2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적립도 550억원 반영되면서 상품 운용순익 감소도 예상된다.
2분기 IB수수료 수익은 130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는 22.1% 감소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52.6%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이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비주거용 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오피스텔 위주의 주거용딜 소싱이 증가하면서 비전통적 IB수익이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 추정치를 토대로 한 상반기 순이익은 미래에셋증권이 6009억원, 한국금융지주가 6003억원을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10개분기 연속 이익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 쇼크에 따른 최악의 적자로 상반기 순이익 1600억원대에 그쳤던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무려 270%의 증가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세···강점 부각, 연간 순익 1조 전망
2분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거래대금 감소세는 하반기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그간 '동학개미' 열풍에 의존했던 증권가 전반적으로 감익이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전망은 밝다. 저마다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실적 개선을 시현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IB와 해외법인 호조 지속과 함께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 받은 발행어음(단기금융업) 기대감이 높다. 자본금 9조3463억원(1분기 말 기준)의 200%인 18조69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1차 개시 3000억원 완판에 이어 2차 2000억원 판매가 진행 중이다. 금리는 1%대 중후반으로 공격적 마케팅은 지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본 효율성 제고와 유의미한 수익 향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투자 성과 가시화한 데다, 발행어음업 인가로 추가 이익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영업익 1조원을 달성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는 순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변동성이 확대된 글로벌 증시에서도 차별화된 실적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지주도 하반기 뚜렷한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가 추가 비용 인식에도 고수익성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 14만원과 업종 내 최선호주를 유지했다.
전배승 연구원은 "2분기 주춤했던 ECM(주식자본시장) 부문 실적이 3분기 개선될 전망"이라며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IB수익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금리변동성 축소와 증시 여건 개선 추세를 감안하면 운용이익도 회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3분기 중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지분율 하락으로 약 5000억원의 추가 수익 인식이 가능해 이익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순이익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도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과 안정적인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시장과 디지털 금융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