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측 "제시안 턱없이 부족···주말 파업 찬반투표"
사측 "채권단 관리, 직원노고 감안···열린 자세를"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올해 2분기 2조5000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낸 HMM이 육·해상 노조와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마지막 조정에서조차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사상 첫 파업 초읽기에 직면했다.
현재 해운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파업까지 돌입하면 국내 수출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사측과 해원노조(선원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8시간동안 중노위에서 진행된 2차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를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해원노조는 합법적인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은 육상노조(사무직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칭) 구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사측과 최종 임금인상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실행에 옮기게 됐다"며 "오는 주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실행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정회의에서도 사측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수정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금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측이 사상 첫 파업사태를 막기 위해 당초 고수한 임금 5.5% 인상, 월 급여 100%의 격려금 지급에서 한발 물러난 수준이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는 올해 1·2분기 각각 1조원이 넘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지난 6~8년간 임금 동결을 인내하는 등의 노고에 비해선 턱 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육상노조가 이 같은 사측의 제시안에 대해 모바일로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전체 조합원의 99% 가운데 95%가 "미흡하다"며 반대표를 던지며 최종 부결된 바 있다. 육상노조의 경우 전날 오후 6시 중노위 3차 조정회의에서 사측과 마지막 협상을 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나게 되면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 또한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HMM 노조가 파업에 나서게 되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선원법상 운항 중인 선박이나 외국 항구에 있는 선박에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만큼 해원노조는 승선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하선하거나 국내 항구 복귀 시 파업에 동참하는 식으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형 선사로의 인력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다 HMM은 현재 선복량(적재공간) 부족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시선박을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인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의 물류 대란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노사가 막판 극적 타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육·해상 노조 모두 당장 파업에 들어가기보다 파업권을 확보한 뒤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HMM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 그간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측이 수정 제시한 임금 인상률 8%는 그간 직원들의 노고와 채권단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며 "교통비, 복지포인트까지 포함시킬 경우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약 10.6%의 두 자릿수에 해당하며 연간 기준 약 9400만원 정도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업할 경우 수출입 위주의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 노조에서 더욱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