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할 부지를 '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로 정하면서 1년 넘게 지연됐던 매각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한항공은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시와 LH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 교환 시유지를 이달 18일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로 잠정합의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매각 조정안에 따라 양 측이 의견을 모으게 됐다"며 "시와 LH 간 감정평가, 소유권 이전 등 후속논의와 서울시 시의회, LH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한 후 교환계약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3월 31일 대한항공, 시, LH가 서명 완료한 조정서를 소위원회를 거쳐 4월 26일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확인함으로써 법적 효력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권익위의 최종 확인을 통해 성립된 합의 사항은 크게 △주택공급 부지가 필요한 LH가 참여하는 제3자 계약방식 △시와 대한항공이 각각 2개씩 추천하는 4개의 감정평가 법인의 산술평균액에 따른 송현동 부지의 가격결정 방식 △매매대금은 계약일로부터 2개월 내에 85%를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시유지 교환 후 지급하기로 하는 대금지급 방식 등 총 3개였다.
조정의 핵심 사항인 제3자 계약방식은 LH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매입 후 시가 보유한 시유지와 교환하는 것이다.
그간 교환 시유지 결정이 최대 난제로 꼽히면서 조정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교환부지를 결정하지 못하면 계약일이나 대금지급 시기 등을 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현희 권익위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송현동 부지 관련 조정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는 항공기업을 지원하는 것이었으나 더 나아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송현동을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남아있는 행정절차도 빠르게 진행돼 조정합의 내용이 충실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의 교환 시유지가 결정됨에 따라 대한항공과 시도 다음달 송현동 부지 가격 책정을 위한 감정평가를 각각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가량을 책정했고,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하길 원하고 있다.
금액 선정은 양측이 각각 2곳씩 추천한 감정평가법인들이 평가한 금액의 산술 평균액으로 정해진다.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지역의 입지,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객관적인 땅 가치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만일 최고, 최저 업체가 내놓은 금액의 차이가 10% 이상 날 경우 재감정에 들어간다. 시장에서는 최종 가격은 양측이 원하는 두 액수 사이 금액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내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을 이행할 계획이 목표"라며 "원만한 진행을 통해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랜 불황으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유휴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키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선정,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매각 대금은 13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는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의 일부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