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약세·외국인 증시 순매수 전환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31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7원 넘게 빠지며 1150원대로 내려앉았다.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원·달러환율은 13거래일 만에 1150원대로 재진입했다. 지난주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에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 레벨이 과도하다는 인식과 월말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맞물리면서 환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5원(0.64%) 내려간 달러당 1159.5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5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11일(1156.4원) 이후 13거래일 만이며, 26일(1170.5원) 이후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환율은 1.0원 갭다운한 1166.0원으로 개장해 종일 하락장을 이어갔다. 특히 장중에는 1158.3원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12일 장중 기록했던 1154.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돌아온 것이 가장 주효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코스피에서만 1조1600억원을 사들였다. 나흘 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한 것은 물론, 직전 3거래일 동안 매도했던 1조원보다도 많다. 또 외국인 순매수세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11일(1조7049억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는 일방적인 강세를 이어오던 글로벌 달러 흐름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통화긴축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파월 의장은 여전히 완화적 기조를 내비쳤고, 업계에선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 댈러스 지역 관할 제조업체활동지수가 7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은 점, 국내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과 맞물리며 역내 원·달러 환율도 하락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92.5 레벨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의 레벨이 너무 고점에 형성돼 있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4% 내외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화는 주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됐다. 이달 달러 대비 1% 이상 절하된 아시아 통화는 대한민국 원화가 유일하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수급 요인에 따라 움직임이 강한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 자체가 약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역내 환율의 상승 레벨이 그간 과도하게 움직였다는 분위기와 고점에 대한 인식 등이 함께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내 수급 요인도 환율 하락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결제 수요(달러 매수)는 사라지고 그동안 이월된 월말 네고 물량이 쏟아졌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은 "그동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결정, 잭슨홀 미팅 이후까지 미뤘던 월말 네고 물량이 나온 게 컸던 반면 금일 역송금 및 결제 물량은 보이지 않았다"며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분위기에 정오 이후 외인의 강력한 매수세 전환으로 수급이 뒤집히면서 50원대 후반까지 내려온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