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 나선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운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SK에너지와 협력해 탄소중립항공유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탄소중립항공유는 원유 추출, 정제, 이송 등 생산 과정에서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산정한 뒤 해당량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 항공유다. 우선 대한항공은 선제적인 차원에서 제주와 청주 출발 국내선 항공편의 1개월 소요분 탄소중립항공유를 구매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7년 국내 항공사 최초로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가 혼합된 항공유를 사용해 시카고~인천 구간을 운항해 바이오 항공유 도입의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곡물·식물· 해조류·동물성 기름 등에서 뽑아낸 성분을 합성·가공해 생산하는 바이오항공유는 기존 항공유보다 온실가스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총 35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해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인 보잉(Boeing)사의 787-10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이 기종은 기체 절반가량이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돼 동급 기종 대비 좌석당 연료효율이 최대 25% 높다.
ESG 채권이란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 목적으로 발행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크게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으로 구분된다. 대한항공이 발행할 ESG 채권은 녹색채권이다.
또 현재 10대를 운영 중인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B787-9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기체의 50%가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된 B787-9는 동급 기종과 비교하면 좌석당 연료 효율이 20% 높고, 이산화탄소 및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 적다. 최근 도입된 에어버스의 A220-300은 최신 엔진이 장착돼 동급 항공기 대비 좌석당 탄소 배출량이 25% 감축됐다. 지난해 A220-300의 국내선 운항을 통해 운항 거리 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8.32% 개선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타 항공기 대비 소음과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항공기 도입(A350‧A321NEO)을 통해 전략적인 기재를 갖춰 나가고 있다. 또 운항 시 최적의 연료를 탑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착륙 후 지상 활주 때 엔진 1개를 끄고 이동하는 등의 연료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A321네오의 연료 효율성은 기존 대비 15% 향상됐고, A350의 연료 소모량도 25%가량 개선됐다. 미국 시애틀 노선의 경우 A350 운항 기종으로 교체한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친환경 운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활주로에 진입한 후 멈추지 않고 이미 확보한 동력을 이용해 이륙하는 방식인 '활주이륙', 활주로 중간에 진입해 이륙하는 '중간이륙', 연료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최적고도 요청', 착륙 후 지상 이동 시 1개의 엔진만 사용함으로써 환경 보호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에어부산 등 다수 항공사들 또한 국내외 단축 항로 설정을 통해 연료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근거리 교체공항을 우선 선정함으로써 원거리 교체공항보다 적은 연료 탑재로, 항공기 무게 절감에 따른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외 전자비행정보(EFB)를 도입해 조종실에 비치된 운항 매뉴얼 등의 종이 자료를 태블릿PC로 대체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은 전체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2%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미미하지만 이 같은 소소한 노력들이 모이다보면 환경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객들과 함께하는 환경 캠페인도 개최하는 등 ESG경영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