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증액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7일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조 회장과 한진칼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KCGI는 지난 2019년 9월 '조 회장 등이 감사 선임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의 단기차입금 조달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진칼은 2018년 12월 차입금 상환자금과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단기차입금을 1600억원 늘린 바 있다. 이를 두고 KCGI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당시 KCGI는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조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증액이 한진칼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늘려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고 감사선임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란 게 KCGI 측 주장이었다.
KCGI는 한진칼에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한 조 회장과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라고 요구했으나 회사가 응하지 않자 직접 소송에 나섰다. 일정량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사들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 등에는 연대해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한진칼 측은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차입금 증액일 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KCGI의 주장에 반박해왔다.
아울러 KCGI는 '불필요한 16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액으로 인해 한진칼은 부담할 필요가 없는 이자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 조 대표 및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 등을 위배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