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8월에도 50조원 넘는 돈이 시중에 풀렸다. 한 달 새 50조원이 넘게 풀린 것은 지난 2001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대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 공모주 청약, 기업 자금조달 규모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시중통화량은 어느새 35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1년 8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중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계정조정계열·평균잔액 기준 3494조4000억원으로, 전월(3443조9000억원)과 비교해 50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 2001년 12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며, 증가율로도 올해 4월(1.5%) 이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이상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곧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시중에 돈이 얼만큼 풀려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지표로 활용된다.
시중통화량은 지난 2018년 9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원계열·평잔 기준)도 12.5% 상승해 전월(11.4%)을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 2008년 12월(13.1%)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통화량은 우리나라 경제가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큰 폭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0.50%까지 낮춘 바 있다. 정부도 재난지원금 등 가계 및 정부에 이전하는 금융지원책 등을 통해 돈을 풀었다. 여기에 가계는 대출을 통해 주식·부동산 등으로의 자산 투자로, 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정책지원·금융지원 등을 통해 통화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경제주체별로는 기타금융기관에서 가장 많은 18조2000억원이 늘어났으며 △기업 16조9000억원 △가계 및 비영리단체 11조3000억원 등 모든 경제주체별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기타금융기관은 전월에 이어 일부 대형 공모주에 대한 청약자금 유입이 지속된 데 주로 기인했다"면서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정책지원이 지속된 가운데 기업공개를 통한 직접자금조달 규모 확대 및 예비자금 확보 수요 증가 등에서 주로 기인했다. 가계 역시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 등을 위한 대출자금 수요가 지속돼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상품별로는 △2년미만금전신탁 9조2000억원 △요구불예금 8조4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8조1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경우 지방정부 교부금 유입 등으로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0.50%→0.75%)을 1년3개월 만에 단행했으며, 정부 금융당국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융기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등의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관리·노력으로 대출 오름세가 천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중통화량이 되레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추이를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