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1200원 턱밑까지 올라섰던 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만에 118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앉았다. 간밤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데 더해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 안정화 조치 발언 등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 증시도 살아나자 환율은 이틀 만에 12원이 빠졌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0원(0.59%) 내려간 1186.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0월중 최저치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3원 갭다운한 1188.5원으로 개장한 뒤 오전 1190원대 후반까지 진입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 반등과 맞물려 오름폭을 모두 반납했다.
우선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진정된 영향이 컸다. 간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5.4%)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1.5% 초중반대로 내려앉았고, 달러인덱스는 현재 역외 아시아시장에서 93.8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오전 94.5선에서 머무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하락폭이다. 유로화의 경우 이날 오후 상승폭을 키우면서 유로화당 1.16달러 수준까지 올라섰다.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시장 안정화 조치 발언도 외환당국의 경계감을 키웠다. 홍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글로벌 리스크 요인들이 제기되면서 달러 강세가 전체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해외 증권투자가 급속히 늘어나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동되면서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된 감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급등락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파인튜닝을 할 수 있는 안정화 조치를 언제든지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구두 개입성의 발언이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예상치를 웃돈 CPI 발표는 제반 여건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였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사록을 통해 중앙은행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도 확인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내려온 것은 결국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buy the rumor, sell the fact)' 차익실현의 거래형태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결제 수요(달러 매수) 처리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홍 부총리의 원화 약세 우려 발언까지 맞물리면서 1200원 상단에서 버티고 있던 업체들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기 시작했다"면서 "이월 네고 물량도 있었고, 은행권의 매도 물량도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시의 반등세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23p(1.50%) 오른 2988.6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393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기관이 홀로 5015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은 1900억원어치를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에 힘입어 전일대비 29.96p(3.14%) 오른 983.43에 마감했다.
다만 강(强)달러 기조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평가다. 또 다른 외환 딜러는 "하루 새 7원이 내려가긴 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그간 올라섰던 환율을 생각하면 큰 폭의 하락은 아닌 것 같다"며 "1180원대 초반까지 내려온다면 안정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